[이규태 코너] 날씨 경영학
옥외 놀이 업체인 롯데월드는 작년 한해 동안 기상자료를 미리 분석,
시설운영과 식음료 출하를 조절함으로써 40억원의 이득을 보았다고 한다.
현대산업개발도 날씨를 미리 감안, 물량투입을 조정하는 것으로 5억원의
비용절감을 했다. 대한상공 회의소는 날씨에 둔감한 탓으로 1년에
3조~5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전제하고 날씨의 경영응용 사례를 모아
날씨경영을 권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옛 선비들은 풍류로 명소를 옮겨다니며 시회(詩會)를 가졌는데
정약용(丁若鏞)의 문우인 한치응(韓致應)이 파주에 사는 친지에게 그곳
화석정(花石亭)에서 보름날 밤 시회를 갖기로 했는데 날씨를 미리 예측해
알려 달라는 편지를 띄우고 있다. 답장도 멋있다. 「보름날 전야(前夜)의
오동잎들/ 서풍에 등을 보이니 달은 못보겠네만/ 비오는 밤의 달인들
달이 아니랴」했다. 비단 장삿속이 아니라 풍류에도 날씨를 미리
알아보는 문화가 있었으며 선비들도 하루이틀 천기는 볼 줄 알았으리
만큼 예보문화도 발달했었다.
철학자 칸트의 분초가 다르지 않은 정시(定時)의 산책은 유명한데 햇볕이
쨍쨍한데도 우산을 들고 나가고 쏟아질 것 같은데도 빈손으로 나가곤
했다. 칸트는 새벽종, 저녁종 소리로 하루이틀 날씨를 미리 짐작했고
그것이 틀림이 없었다 한다. 그 아름다운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구노는 하프시코드의 연주가이기도 했는데 그 하프의 G선을 퉁겨보고
날씨를 예보하는데 열 번에 여덟 번 맞히는 적중률이었다 한다.
그러했듯이 서당 훈장쯤 되면 거문고의 가장 낮은 현을 퉁겨보고
마을에서 이사하고, 신행하고, 간장 담그는 등의 택일을 할 줄 알았다.
한강의 서강 마포 송파 등 팔도의 물산이 집산하는 오강나루에 바람비
객주로 속칭되는 날씨 전문 예보업자가 있었다. 물화를 노적했던
때인지라 소금배나 곡식배의 출항, 그리고 돛이 동력인지라 바람의
세기와 풍향은 흥망의 관건이었다. 조손대대로 물리는 이 예보업자는
자기들만이 아는 관측비법을 비밀로 전승시켜 권위를 유지했다던데
송파의 오소리 객주는 오소리 한마리 기르는 데 그 털 빛갈의 윤기와
눈빛깔의 변화를 보고 귀신같이 알아맞혔다 한다. 날씨 경영은 이처럼
전통도 유구한지라 그 비법을 발굴 현대기상과학과 접목시켜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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