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大食罪
프랑스의 루이14세는 태어날 때 이미 앞니 두 개가 나 있었다 한다.
젖꼭지에 상처를 내는 바람에 유모가 석 달 만에 한 사람꼴로 바뀌었을
정도다. 그 이빨 때문인지 대식(大食)― 하면 루이14세다. 새고기를
좋아하여 닭·오리·비둘기·칠면조·공작·산비둘기·꿩 등 한 끼에
81마리가 오르고 324명이 시중을 들었다. 서양의 대식왕이 루이14세라면
동양의 대식왕은 서태후(西太后)다. 심양(瀋陽)의 선조묘에 성묘갈 때
16량의 어용열차를 타고 갔는데 맨 끝의 4량이 황금칠을 한 식당차였다.
요리인은 120명으로 한 끼에 99첩의 요리가 올랐다.
전설 속의 대식가로 라틴 아메리카의 카미라를 들 수 있다. 마르케스의
소설 소재가 되기도했던 상녀(象女)라는 별명의 카미라는 송아지 한
마리, 50개 분의 오렌지주스, 8리터의 커피, 30개의 날계란, 그리고
4시간 자고 나서 두 마리의 돼지, 바나나 한 송이, 4상자의 샴페인을
마셨다. 전설 속의 대식이라면 흥부 자식들을 빼놓을 수 없다. 흥부가 첫
박을 타자 양식이 쏟아져 나온지라 밥을 지어 남산만 하게 쌓아놓고
삼순구식(三旬九食), 곧 한 달에 아홉 끼밖에 못 먹였던 놈들을
불러들이니 총알처럼 밥더미 속에 박혀 흔적이 없더니 한참 만에
나타나는데, 남산만 하던 밥더미는 사라지고 흥부 자식들 배때기가
노적가리만큼 부풀어 한강의 세공선(歲貢船)처럼 누워 움직이지도 못했다
했으니 대식경쟁에 동서고금 대적할 자 없겠다.
로마의 도미티아누스황제는 누워서 먹고 토해가며 먹어대는 로마
상류사회의 폐풍을 비로잡고자 대식세(大食稅)를 물렸다가 정치적 기반을
잃었으며, 송나라 때 원매(袁枚)는 한 끼에 네 가지의 요리면 족할 것을
40가지를 차리고 먹는 당대 대식을 경계하고 요리품수에 누진하는
품세(品稅)를 제안하기도 했다. 종교에서도 많이 먹는 것을 악덕시하는
데 예외가 없다. 불경인 화엄경에, 보살이 먹는 것은 뱃속에 있는
벌레에게 보시하는 것이지 맛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했고, 군자는 배부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것은 공자다. 가톨릭 교회에서도
7대죄(七大罪)로 대식을 다스렸다. 프랑스의 요리가 모임인
구르망협회에서 미식이나 대식은 죄악일 수 없다 하고 칠대죄에서
빼달라고 교황에게 탄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순구식 흥부 자식들
이야기를 탄원서에 첨가했던들 설득력이 컸을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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