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아우 優性論

bindol 2022. 11. 17. 05:23

[이규태 코너] 아우 優性論

조선일보
입력 2002.11.27 18:50
 
 
 
 


옛날 시골에서 아이가 철들기 시작하면 나막신 거꾸로 신는 나이라고
했다. 아마도 맏이 아닌 둘째 셋째가 철들기 시작하면 맏이만큼 알아주지
않는 데 반응, 자기 과시를 위해 나막신을 거꾸로 신고 다님으로써
어깃장 놓고 주의를 끌려 한다 해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이 어깃장
나이에 각광을 비추는 연구 조사가 일전 영국 BBC방송에서 보도되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로 탄생 서열이 맏이가
아니며 창조적 사상가들은 손위에 형이나 누나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 했다. 또 과학자 로버트 윈스턴 교수가 12만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어릴 적 맏이가 아닌 형제들은 형만큼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본능적 행위가 평생 계속되어 창조적 자질 발전에
연결된다고도 했다. 이미 10여년 전에 미국 MIT의 한 사학자가 역사적
인물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 인류를 발전시킨 인재와 출생순위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고, 아우 우성론(優性論)을 펴기도 했다.

조선조에서 출중했던 임금들은 맏이가 아니었다. 태종은 다섯째요,
세종은 셋째며 세조는 둘째다. 성종이 둘째, 선조는 셋째, 효종이 둘째,
영조가 셋째, 정조가 둘째, 고종도 둘째다. 아우 콤플렉스로 아우가
인망이나 자질이 우세해지면 이를 질투하여 장남이 차남을 해치려는 카인
콤플렉스의 역사도 유구하다. 구약성서 최초의 살인사건이 바로 아우
아벨을 질투한 카인에 의해 저질러졌고, 당태종 이세민은 천하를 다투어
그 아우를 죽였으며, 조조의 장남 조비는 아우의 재주를 시기하여
죽이려다가 '콩대를 태워 콩을 볶으려 한다'는 형제상살을 비탄한,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를 듣고 죽이지 못했다.

탄생 서열에 잘되고 못되고의 우생학적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후천적인 보상(補償)심리가 인물을 만든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정신과 이규동(李揆東) 박사의 「위대한 컴플렉스」에 보면 역대인물
33인의 콤플렉스를 분석해 놓았는데 세조의 혹심한 차남 콤플렉스,
명성황후의 무남독녀로서의 남성 콤플렉스, 열 살에 담배장사를
시작했다던 이광수의 고아 콤플렉스, 아버지를 싫어하고 어머니를
독점하려 했던 김소월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중섭의 유복자 콤플렉스
등에서 보듯 콤플렉스가 아름답게 보상 승화되었음과 같은 맥락의 아우
우성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