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廣通橋
한양에서 가장 넓고 가장 복판에 있는 가장 큰 돌다리인 광통교는
천시(天時)를 알리는 종루(鐘樓)와 가장 가까이 있어 천심과 통한다 하여
내로라하는 점쟁이들은 광통교에 자리잡는 게 관례였다. 「용재총화」에
김을부라는 광통교 점쟁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흉하다 하면 길하고,
급제한다면 반드시 낙방하는 거꾸로 점으로 팔도에 소문나 있었다
했다.광통교는 어린이 공원이기도 했다. 겨울날 연날리기로 붐비는데 연
싸움으로 연끈이 끊어져 날아 가면 이를 쫓아 담을 넘고 장독을 깨며
추적하는 맹렬 유희였다. 격구(擊毬)라는 하키도 이 광교 유희 가운데
하나였는데 치는 공에 불의 부정한 왕족이나 정승 판서의 이름을 붙여
후려치는 관례가 있어 조정에서 문제가 되곤 했던 정치 비평 유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보름날 밤 광통교에서 다리를 밟으면 1년 열두 달
앓지 않는다 하여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여자의 여자다운 기운인 음기(陰氣)는 달이 발산하는 것이기에 그
생식력을 얻기 위해 달이 제일 큰 달밤에 달 기운을 마시게 한다는 것이
다리밟기의 명분이라는 설도 있다. 이날밤 다리를 밟으며 눈을 맞춘
선남선녀들 무척들 가슴을 아프게 했던 광통교는 사랑의 다리이기도
했다. 광통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다리 밑에 도사린 꼭지딴이다. 곧
한양의 조직 걸인배를 꼭지라 했고 그 우두머리를 꼭지딴이라 했으며, 그
조직 걸인의 총사령부가 광통교 다리 밑이었다. 이들은 궁가(宮家)나
벼슬아치들의 대사에 잡배의 행패를 막아주고 상여 나갈 때 상여를 메고
조기를 드는 등의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그 대가로 궁중병원인 내의원에
뱀 맹꽁이 지네 같은 약재를 독점해 공급하는 이권을 얻었다. 서민의
애환과 문화가 진하게 깃들인 이 광통교가 청계천 복원과 연계되어 복원
문화재로 지정될 것이라 한다. 서울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정교한
돌조각의 다리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리에 서린 무형문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서울 도심의 다리들은 이처럼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는 역사
문화재들이다. 복원 청계천에 21개의 다리를 놓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광통교 말고 장통교(長通橋) 수표교(水標橋) 하랑교(河浪橋)
효경교(孝經橋) 마전교(馬廛橋) 오간수교(五間水橋) 연도교(永渡橋) 등이
있었으니 그 이름을 되살려 그에 기생하는 역사와 문화도 계승 보존해
나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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