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매디슨의 지붕다리
명작이나 명화 속의 다리는 인상에 오래 남게 마련이다. 몹시 접근하고
싶은데 멀리 있기만 하고, 심정 속에선 접근해 있는데 물리적으로 괴리돼
있는 인간 상황을 두 언덕을 잇는 다리가 대행해준 때문일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탄 앤드리치의 「드리나강의 다리」는 배반된 종교나 이념
간의 괴리를 빗대는 다리요, 생이별한 애인 마리아와 폭파시킨 철교
밑에서 죽어가는 로버트와의 유명(幽明)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도 그것이다.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언 리의 비련을
주제로 한 「애수」란 제목으로 심금을 울렸던 「워털루 브리지」도
떨어져 있는 심정 사이에 놓은 다리요, 10년 전 30개국어로 번역되어
1200만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그렇다.
52세의 카메라맨 킹케이드가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지붕다리를 촬영코자
찾아가면서 길을 물으려고 외딴 농가에 노크를 한다. 그 농가의 45세 된
주부 프란체스카와 눈이 맞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킹케이드는 함께 떠나자고 하는데 프란체스카는 키스나 섹스도 없는
남편과 아이 생각에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22년간 연서만 쓰며 살다가
만남 없이 눈을 감는다. 독자들의 극성에 작가는 연전에 속편을 썼는데,
헤어진 지 16년 후 킹케이드는 촬영하다 다친 몸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프란체스카를 찾아가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만다.
그 중년의 순정 사이에 놓인 것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인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으로 영화가 된 후부터 이 다리는
관광명소가 돼 이 다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자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들었고, 그곳 상공회의소에서는「매디슨 다리 축제」를 열어 돈을
긁어모아 왔다. 수년 전 그 다리를 찾아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 길을
묻고자 외딴 농가에 들러 노크한 적이 있다. 소설에서처럼 중년의 주부가
나오긴 했는데 장총을 들이대며 문을 여는 바람에 손을 들고 뒷걸음쳤던
기억이 난다.
나무지붕을 한 이 다리가 방화로 소실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 만나지
못하는 다리를 놔둘 필요가 없다 해서 저지른 방화인지 혹은
가장으로서의 중년의 의무와 시들지 않는 순정의 이율배반 틈에 고민하던
자의 발작인지 모를 일이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태 코너] 모차르트 鎭魂曲 (0) | 2022.11.19 |
|---|---|
| [이규태 코너] 왕조실록 蜜蠟本 (0) | 2022.11.19 |
| [이규태코너] 철근없는 교각(橋脚) (0) | 2022.11.19 |
| [이규태 코너] 서울 미래기행 (0) | 2022.11.19 |
| [이규태 코너] 출가(出家) 제한 (0) | 202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