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러시아 대사관

bindol 2022. 11. 21. 07:23

[이규태 코너] 러시아 대사관

조선일보
입력 2002.08.01 19:00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도합 6동의 매머드 건물로 신축개관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교육 요람인
배재학당 자리요, 한말에 있었던러시아 공사관 자리에서 지척인거리다. 청국과 일본의 간섭이 가
중되자 고종 황제는 미·영·독·로美英獨露) 열강의 공관을 덕수궁 둘레에 불러들이고 궁과 통하
는 비밀통로를 만들어 변이 생기면 외국공관으로 피란할 셈이었다. 그로써도 마음을 놓지 못하여당시 외부고문인 그레이트하우스를 상해에 보내 미·독·이·오(美獨伊墺)의 외인 위병 3 0명을 모
집해 오기까지 했다.고종 황제를 감싸주는 위성 외세로 정동 외교가가 형성됐던 것이며, 러시아가 근 100년 만에 다시 그 외교권에 진입한 셈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일은 한국 근대화 인물의 요람인 배재학당의 건물은 남겨두고 대사관 부
지로 팔았어야 옳았다는 것이다.우리나라 최초의 양옥건물이기도한 배재학당은 단층 100평의 벽돌집으로 아펜젤러 지휘하에 당시어학 교사였던 손헌성(宋憲成)선생의 감독, 도편수 심의석(沈宜
錫) 기사, 그 밑에 김덕보라는 목수의 손에 의해 지어졌으니 한국사람의 손에 의해 지어진 최초의양옥이란 차원에서 가치가 가중되는 문화재다. 그 1급 교육문화재가 들어설 땅을 상실한 것이요,후에 역사로부터 지탄받을 죄목하나를 추가한 셈이다.

유럽 열강의 공관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던 1880년대의 공관 건물들은 조선 집 기둥 사이의 토벽
을 헐고 벽돌로 쌓는 형태로 수축하여 들었다. 영국 할머니 탐험가비숍 여사가 한양에 들렀던 1894년에, 영국 공사관 신축이 진행되는 언덕에 러시아 공사관이 솟아있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고종 황제가 파천해 1년여 국사를 보았던 러시아 공사관은 그 이전에 준공돼 있었음을 알 수있다. 후에 독립문을설계한 러시아 건축기사 사바틴(薩巴丁)에 의해 지어진 이 러시아 공사관의 정문은 개선문을 닮은 구조로, 독립문보다 작았으나 더욱 세련되었다 한다. 지금 그 땅의소유가 어떻게 돼 있는지 알 수없으나 그 현장에 한·로(韓露) 역사박물관을 세워 그곳에 남아있는 탑신을 보존하고 광해군 이래로 남하했던'코 큰 승냥이(大鼻獺子)', 곧 노병(露兵)과 싸웠던 전쟁사를 비롯해 황제가 파천해있던 방을 원형대로 복구하면, 관광문화재로 좋고 각국 관계사 박물관의 효시로도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kyoutae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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