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아프리카 연합

bindol 2022. 11. 21. 07:32

[이규태 코너] 아프리카 연합

조선일보
입력 2002.07.21 17:34
 
 
 
 


유럽 연합(EU)을 본뜬 아프리카 연합(AU)이 출범했다. 그렇다면 아시아
연합도 시급해진 오대(五大) 연합국 체제의 지구촌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1900년 아프리카계 미국 변호사 윌리엄스에 의해 시작된 팬
아메리카니즘 운동이 1963년에 발족한 아프리카 통일기구(OAU)를
징검다리로 하여 1세기 만에 열매를 맺은 셈이다. 해외지식에 굶주렸던
18세기 우리나라의 실학자들에게 아프리카는 리미아(利未亞)로
알려졌으며 그 나라에는 별의 별 생김새의 야수들이 많아 서로 교미를
하여 새로운 야수들을 양산한다는 동물 왕국이라는 인식이 고작이었다.
이 인식은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으며 더 아는 것이 있다면
빈곤과 쿠데타가 잦은 나라라는 것일 게다.

이미 인종적으로 북부의 비흑인 아프리카와 남부의 흑인 아프리카가
갈라져 있는 데다가 흑인 아프리카에서만도 800개의 각기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한 나라 안에도 각기 다른 습속을 가진 부족이 30~40개 되는
것은 상식이다. 비흑인 아프리카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비롯, 로마
식민지의 영화가 그늘을 던지고 있는 돌의 문화권인데 흑인 아프리카는
원시적 의식주를 못 벗어난 흙의 문화권이라는 문화격차가 너무 크다.
거기에다 에티오피아의 블룬지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100달러인데
남아프리카는 3000달러를 넘는 빈부격차도 통합에 큰 장애다. 부시맨을
현대생활로 정착시키려 해도 한사코 복귀하고 만다는 반문명 원시
회귀성도 연합체 구축에 암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연합에 희망을 주는 공통성도 적지 않다. 총 53개 국가들의
국기를 보면 10개 나라를 제외하고 국기(國旗)에 녹색이 들어가있다는
공통성을 찾아볼 수 있다. 국기심리에서 녹색은 불모와 가난과 절망에서
굳건히 살아나갈 의지와 희망의 표출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동서남북
통틀어 옥수수죽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이고 흙과 풀로 지은
집, 여인들의 절구질, 땅을 구르는 강렬한 춤과 주술(呪術), 코를 찌르는
노린 체취(體臭), 그리고 토끼와 하이에나의 옛 이야기는 아프리카 어디
가서도 통하는 문화의 공통 분모다. 이 상반되는 것 같은 다양성 가운데
합일성이 이프리카가 갖는 매력이요, 연합에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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