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三步一拜
불교의 예배에는 공경도의 정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가
나무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ㅡ하는 말로써 찬불하는 것이요, 둘째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것이며, 세번째가 두손을 맞잡고 높이 들어
읍(揖)하는 것이다. 합장하여 허리를 숙이는 것이 넷째요, 무릎을 굽히고
한쪽 발을 꿇는 것이 다섯째 여섯째다. 손바닥과 무릎을 땅에 대고
엎드리는 것이 일곱째요, 인체의 오륜(五輪) 곧 두 무릎 두 팔꿈치를
땅에 대는 것이 여덟째며, 아홉번째가 오체투지(五 投地)로 공경도가
가장 높은 배례다. 발을 가지런히 몸을 바르게 하고 합장을 하고서
고개를 숙인다. 손으로 옷을 들어올리며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이어 왼
무릎을 착지시킨다. 왼 팔꿈치 오른 팔꿈치순으로 땅에 대고 두 손바닥을
펴 이마를 거쳐 머리위로 쳐들고 이마를 땅에 대는 순서로 진행된다.
오체투지는 예배라기보다 일종의 고행이며 깊은 신심의 구현이다. 인도
비하르 지방의 부다가야 등 불교성지나 오대산 등 중국의 불교성지에
가면 오체투지를 거듭하며 성지에 접근하는 신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인체의 오륜에 피 흐르는 것도 볼 수 있고ㅡ.
터널을 뚫어 북한산을 훼손하는데 반대하는 스님들의
삼보일배(三步一拜), 곧 세 걸음 걷고 한번 오체투지하는 이색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그것을 보니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나지않는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강바닥의 흙을 파 녹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유대교
성직자들 광경이 떠올랐다. 벌거벗은 황폐한 땅을 녹지로 바꾸어
전세계의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황야도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사명감으로 고행하고 있었다. 무거운 흙짐을
나르면서 쉴 때마다 유대교식의 예배를 했기에 삼보일배가 연상된
것이다.
푸른 강산의 씨앗을 내포한 그 적은 강바닥 흙으로 한뼘 한뙈기씩
사막위에 쌓아 녹지를 넓혀나가는 것을 보면 푸름에 에워싸인 한국은
천국임을 절감한다. 이 천국에 뭣이 그다지 아쉬워서 나무를 베고 터널을
뚫으려 드는지 네게브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불교에 탐(貪) 진(瞋) 치(痴)의 삼화(三火)라는 세 가지 번뇌가 있다던데
자연 훼손을 이 삼화에 빗댄 삼보(三步)일배가 아닌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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