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왼손잡이법

bindol 2022. 11. 21. 07:34

[이규태 코너] 왼손잡이법

조선일보
입력 2002.07.19 18:47
 
 
 
 


구약성서에서 가나안 땅을 수복하는 벤자민족의 전투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2만6700명이 모여 싸우는데 그중 700명이 왼손잡이로 이들이 투석을
하는데 한가닥 털도 명중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했다. 그 비율로 보아
왼손잡이는 3%의 소수였음을 알 수 있다. 석기시대로 소급, 원시인이
썼던 석기 354개를 분석했더니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동수였던 것이,
청동기시대 이래로 왼손잡이가 상대적으로 줄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한 나라는 전 국민이 왼손잡이였다는 기록도
없지 않으나 지금은 왼손잡이를 전 인류의 4%로 잡는 것이 상식이
돼있다.

운명의 여신은 생명의 실을 오른손에 들고 있고, 사냥의 신인
아르테미스는 활을 오른손에 들고 있으며, 아마존의 여인들도 오른손으로
활을 쏘고자 하여 방해 되는 오른쪽 유방을 잘라냈다. 인간은 생명의
원천인 심장이 왼쪽 가슴에 있다는 것을 태고적부터 알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야수와 싸울 때 왼손으로 방패를 들어 심장을 지키고
오른손으로 창이나 칼을 들고 싸웠을 것이다. 그것이 오랜 시간 동안
체질화되어 대다수를 오른손잡이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른쪽이
바르고 왼쪽이 그르다는 오른손 우세문화가 동서를 지배해 왔지만, 저명
예술가 가운데는 왼손잡이가 많아 예능자질의 두뇌구조와 왼손잡이
사이에 상관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르네상스 예술을 지배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전형적 왼손잡이요,
괴테·하이네·니체·안데르센 그리고 베토벤·슈만·라벨·채플린도
왼손잡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부시 그리고 클린턴도 왼손잡이요,
포드는 연단에서 곧잘 비틀거렸는데 몸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행동을 강요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른손잡이 위주로 구조화된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자동차 사고는 55%, 도구를 쓰다가 다칠 확률은 54%, 가사(家事)에서
다칠 확률은 49%나 높다 한다. 국회에서는 일상 속에서 왼손잡이의
구조적 불편을 해소하고 왼손잡이용 물품을 생산하게끔 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법개정을 서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처럼
왼손잡이 상품 전매의 전국적 체인이 형성되도록 마스터 플랜 아래 법을
다듬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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