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터키와 한국
이스탄불 국제 공항에 내렸을 때 세관이나 짐꾼으로부터 「야반지!」
「야반지!」라고 불렸는데, 그때 불쾌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야반지라는 말이 야만인(野蠻人)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 말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한자 야만인에서 비롯된 말인 것은 분명하나 그 말에서
미개인이라는 뜻은 사라지고 외국인의 통칭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역사시대에 있어 터키는 자기네가 세계의 중심국가요, 중심문화라는 것을
자부하고 긍지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실크로드를 통해 한문과 한문문화가 많이 유입됐음을 밀해주는
것이 되며, 실제로 우리나라 말과도 흡사한 말이 아주 많다. 터키말로
에미는 우리말의 어미(母)요, 아바는 우리말의 아비(父)다. 우리말로
무당을 박수라 하는데 터키에서는 박시요, 마을의 터키말은 마할레다.
터키말에서 여성의 존댓말이 하님인데 옛날 우리나라에서 하녀를
존칭해서 부를 때 하님이라 했다. 김서방네 아주머니네ㅡ하면 '집'을
뜻하듯이 터키에서도 접미어의 「네」는 집을 뜻한다. 터키에서는
회교사원에 들려면 빗자루로 몸을 쓸어 사귀(邪鬼)를 쫓는데, 이 의식을
시비알이라고 한다. 고려사에 보면 왕후가 왕자를 낳았을 때 하객들의
몸을 빗자루로 쓸어, 묻어들 사귀를 쫓는 의식을 설비아(說備兒)라
했음과 무관하지 않다. 터키에서 하늘을 탕이라 하고 하늘에 계신 천신을
탕구니라 하는데, 행여 우리나라 시조요 천신의 아들인 단군(檀君)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천신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밖에 셈하는 방법도 같고 어순도 같은 것으로 미루어 한국과 터키는
알타이어(語)의 사촌(四寸) 어족(語族)임이 분명하다.
영국의 젠틀맨, 일본의 무사(武士), 한국의 선비―하듯이 터키에서
이상적인 남성상이 「아담」이다. 선비는
부자(父子)·군신(君臣)·사제(師弟) 같은 종적 덕목을 우선시하는데,
아담은 서로 돕는 의리·체면·보은 같은 횡적 덕목에 민감하다.
한국전쟁 때 터키는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1만5000 병사를 파병한
나라로, 우리는 아담에게 횡적 부채를 지고 오늘 축구로 대결하게 됐다.
승부를 떠나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이며 어떠한 것인지
자명해지는 일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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