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부엉이 인간

bindol 2022. 11. 22. 06:06

[이규태 코너] 부엉이 인간

 

조선일보
입력 2002.06.20 19:14
 
 
 
 


선비들은 부지불각 중에 부엉이 효(梟)자를 쓰면 글 쓴 손가락을 등불에
태우는 소지( 指)로 속죄했다. 이 한자를 보기만 해도 세안(洗眼)이라
하여 더럽혀진 눈을 씻었다. 부엉이는 제 어버이를 잡아먹는 새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불효를 응징할 때 부엉이를 잡아
나뭇가지에 널어놓곤 했기에 나무(木) 위에 새(鳥)를 얹어 부엉이
효(梟)자로 삼았다. 죄인 목을 베어 전시하는 것을 효수(梟首)라 함도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선지 새타령에 온갖 잡새 다 날아드는데
부엉이만은 소외시켰고 소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에도 초청되지
않았다. 그만한 윤리 풍토인 우리나라에 부엉이인간이 속출하고 있다.
근간에 있었던 일련의 부친 살해는 명문대학 출신이거나 고시준비
중이거나 해외유학을 했거나 대학 교수 같은 고학력자라는 데 공통되고
있다. 강도가 남편이나 아들딸 보는 앞에서 강간을 한다든가 어린이
성능욕 같은ㅡ반 인륜 범죄와 더불어 부친 살해의 요인으로 요즈음 새
세대의 커쿠닝 현상을 든다. 달팽이가 제 집에 들어가 남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켜 자람으로써 비정(非情) 불륜(不倫)자질이 비대한다는
것이다. 지식의 그릇은 차 있지만 지혜의 그릇은 비어있고
지육(知育)에서는 성인이지만 남들과의 관계덕목인 덕육(德育)에서는
젖먹이다.

대뇌 주변에 편도핵(扁桃核)이라는 두 개의 신경핵이 있는데 인간의
정동(情動)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근년에 발견되었다. 편도핵을 제거한
동물은 먹고 행동하는 것은 종전과 같으나 공포를 못 느끼고 응얼대질
못하며 경쟁심 협조심을 상실한다. 중증의 정신발작을 이 편도핵 제거로
없앨 수는 있으나 타인에 대한 일체의 관심이나 배려를 잃고 혼자 있으려
하며 어머니를 몰라보고 슬픈 일 기쁜 일에 무감동 냉담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인간 생리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않을수록 쇠퇴한다는
대원칙에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만 매달리는 사이버 사회의 통폐로
달팽이처럼 제 방에 혼자 갇혀 자란 세대의 편도핵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 더욱 선진국들에 유학을 하면 자기중심의 미이즘 천국인지라
편도핵이 건포도처럼 메마르는 것을 가속시킨다. 정동(情動)과 윤리의
원천인 편도핵을 활성화시키는 가정·학교교육을 되돌아 보게 하는
어버이 살해 속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