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명예한국인 喜登九
월드컵 축구 8강에 진입시켜 국민을 한마음으로 귀일시킨 한국축구 감독
히딩크에게 명예 한국적을 주기로 하고 법적 절차를 손질하고 있다 한다.
그 이전부터 그가 떴을 때마다 한국에 귀화시키자는 여론도 없지
않았었다. 한국인이 되려면 한국 이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려 때 월남
왕자가 보트 피플로 황해도에 표착 귀화했을 때 이씨로 사성(賜姓)했듯이
외국인이 귀화하면 성을 내리는 것이 관례다. 그렇다면 언드우드가
원(元)씨로, 묄렌도르프가 목(穆)씨로 성을 삼았듯이 이름의 첫 소리에
비슷한 성을 좇아 히딩크는 희(喜)씨로 하고 이름도 8강까지 끌어올려
놓고 보다 높은 곳을 지향한다는 뜻에서 등구(登九)로 하는 것이 좋을성
싶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성씨지만 히씨에는 고대 문명국가인 주(周)나라
왕성의 희(姬)씨와 몽골이나 여진 성씨의 희(喜)씨가 있는데 국민을
즐겁게 해주었으니 기쁠 희(喜)씨로 하여 희등구(喜登九)가 좋을성 싶다.
본관 없는 성은 있을 수 없으니 월드컵 개막식을 올린 그의 연고지
상암경기장의 소재지인 상암(上岩) 희씨로 하면 되겠고ㅡ.
네덜란드, 곧 화란 사람의 한국 귀화는 역사도 유구하다. 인조 5년(1627)
경주 바닷가에 난파로 표류한 웰테플레라는 화란인이 동료 2명과 더불어
훈련도감 외인부대(外人部隊)로 병자호란에 참전했었다. 그 중 두 사람은
전사하고 웰테플레 만이 한국에 귀화, 박씨로 사성받아 박연(朴淵 또는
朴延)으로 한국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 딸 둘 낳고 살다가 조선땅에
묻혔다. 화란인 하멜 일행 36명이 난파, 제주도에 표착했을 때 이들에게
조선은 정붙이고 살만 한 곳이라면서 눌러살기를 권했던 바로 그
박연이다. 전라도 남원·여수·순천으로 분산 수용돼있었던 하멜 일행은
20명이 죽고 16명만 남아 조선옷차림에 조선말도 잘했고 조선인 아내도
얻어 정착하는 듯했다. 무명을 구하러 섬에 나다니게 한 것을 기화로
그중 8명이 탈출, 일본 나가사키에 도주했고, 이들의 외교 노력으로
남아있던 7명도 인도되었으나 유일하게 얀 클라즈젠만이 환국을 거부,
조선에 남아 조선인 아내와 아들 딸 낳고 살았는데 박연의 아들 딸과
더불어 한국의 피 속에 동화, 그 후손들의 소식은 알아볼 길이 없다.
그래서 340여년 만의 한·화(韓·和)관계사에서 떠오르고 있는
희등구(喜登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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