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韓·葡 관계사
오늘 월드컵에서 한국과 접전하는 포르투갈에 대한 한말 식자들 간의
인식은 형편없었다. 포도주를 잘 담가 중국까지 오는데도 시지 않아서
나라 이름이 포도아(葡萄牙)라던가. 그 나라에는 교화왕(敎化王)과
치세왕(治世王) 두 임금이 있었고 얼굴 흰 여자를 아내로 선호하는데
귀신이 흰색을 두려워해 도망치기 때문이라던가. 오귀(烏鬼)라 하여
온몸이 검고 물 위를 땅 위 걷듯 걸으며, 물 속에서도 눈을 뜨고 사는
종들을 거느리고 산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기억해둘 것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서양인이 포르투갈
사람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재란(丁酉再亂)때 파죽지세로
북상하던 왜병은 명나라 원병사령관 형개(邢价)가 이끄는 10만 대군에
밀려 충청도에서 대접전을 한다. 이때 명군이 전위부대로
300원병(猿兵)을 풀어 왜군이 혼비백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원병을 두고
훈련받은 원숭이라는 소문을 적은 문헌도 있으나, 원숭이가 아니라
명나라에 억류된 서양사람들을 전투에 투입한 것을 그들 용모가 원숭이
같다 해서 원병으로 속칭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해안에 표류한
서양인들을 일단 훈련도감에 수용해 외인부대에 편입시켰듯이,
중국에서도 표류 서양인을 외인부대로 삼는 것이 관례였다. 명나라 때
해양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것이 포르투갈 사람들이며 명나라
외인부대에는 많은 포르투갈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유재란에
참전했던 300명의 외인부대에는 포르투갈 사람이 끼여 있었을 것으로
미루어 생각할 수 있다. 한국에 온 최초의 포르투갈 사람은 그
외인부대였다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납치해 간 한국인을 일본 나가사키의 노예 시장에 풀어
매매했었다. 이때 피렌체의 상인 카르레티가 한국소년 다섯 명을
헐값으로 사 인도의 포르투갈 식민도시인 고아에 데리고 갔다. 이
소년들을 포르투갈 성당에서 개종시켜 넷은 성당에 맡기고 한 명만
로마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가 서양 꼬레아성(姓)의 시조가 된다. 나머지
개종한 네 명의 한국소년은 포르투갈에 동화됐을 것으로 미루어 생각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식민도시인 마카오로 김대건·최양업·최방제 세
소년을 유학시켜 우리나라 초기 성직자 양성을 시켰던 포르투갈이기도
하다. 스포츠 교류로는 11년 전 청소년축구의 남북 단일팀과 대결이
있었을 뿐으로 이번 포르투갈과의 일전은 관계사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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