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黃色 컴플렉스

bindol 2022. 11. 23. 05:50

[이규태 코너] 黃色 컴플렉스

조선일보
입력 2002.06.17 18:24
 
 
 
 

중국사람들에게 있어 노랑은 중심색(中心色)이다. 저희 나라가 세상의
복판이요 주변 나라들은 오랑캐라 하여 국색(國色)이 노랑이다. 역사도
유구하며 그에서 체질화된 중국사람의 자존적 중심의식을 황색
콤플렉스라고 한다. 梁나라에서 백제 무령왕(武寧王)에게
영동대장군(寧東大將軍)이란 벼슬을 내린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래
종주국 행세를 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대(事大)의례를 다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한데 근대화 과정에서 종주권을 유지하려는 중국과
근대국가로서 대등한 국제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게 된 한국과의
갈등에서 만화 같은 일이 속출했다.

한·미(韓美)수교조약을 맺을 때 중국은 마건충(馬建忠)을 보내어
조약문에 종주국임을 명시코자 별의 별 수작을 다부렸다. 여의치 않자
조약날짜에 중국연호인 광서(光緖) 연월일을 쓸 것과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나 내치·외교에서 독립국가라는 이상야릇한 외교 메모를
첨부케했다. 조약서명 현장에 내걸어야 할 국기의 도안을 두고도 황색
콤플렉스가 노출되었다. 마건충은 세모꼴 바탕에 청룡기를 그리되 청나라
국기인 황룡기의 용보다 발톱 수를 하나 적게 할 것을 종용했다.
파란색은 동방색이기에 청룡으로 속국임을 표시하려 했으니 대단한 황색
콤플렉스가 아닐 수 없다.

경복궁에 드는 광화문 삼문(三門) 가운데 중문(中門)은 임금만이
드나들게 돼있고 각국 공사들은 왼쪽문을 통해 드나드는 것이 법도였다.
한데 황색 콤플렉스가 남달랐던 청나라 공사 원세개(袁世凱)는 자신의
위상이 임금 위에 있다 자처하고 가운뎃문으로 드나들었다. 이에
한양주재 구미(歐美) 외교관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세개는 자신의 말에 불복한 한국인은 스스로 칼질하여 처형하고,
관리들을 혹사시키는 등 월권을 했다. 북한 난민의 베이징 영사관 진입
때 중국관헌이 외교관례를 묵살하고 외교관에게 폭행을 가하고 제 집
안방 드나들듯 쳐들어가 사람을 끌어내는 월권행위를 자행했다. 미국이나
러시아 공관에서도 폭력 월권을 감행했겠는가 따져보면 행여 역사도
유구한 우월 황색 콤플렉스가 발로된 것이 아닌가 싶어 불쾌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