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頭球(두구)
월드컵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독일팀 클로제 선수의 헤딩
해트트릭이 나왔다. 잉글랜드 베컴의 코너킥도 헤딩으로 연결되었고
아르헨티나의 첫 골도 노장 바티스투타의 헤딩이었다. 소문난 명선수들의
득점은 발이 아니라 머리로 얻은 득점이었다. 축구는 발로 찬다고 해서
축구(蹴球)요 풋볼이다. 개화기 한때에 척구(擲球)라고 했음도 그
때문이다. 한데 발보다 머리가 득점을 많이 낸다면 그 이름을 두구(頭球)
또는 헤드볼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머리와 축구와의 연관은 태곳적으로 소급된다. 축구의 뿌리로 멕시코
마야문명의 신전(神殿) 경기를 드는데, 원시사회에서 성년(成年)이
되고자 고행하는 청년결사(靑年結社)끼리 편을 갈라 둥근 공을
상대편에게 넘겨 그 공을 땅에 떨어뜨리는 편이 지는 것으로 돼있다.
떨어뜨리지 않게 하고자 주로 머리로 공을 받아 띄웠으며 차선적으로
어깨·등·팔꿈치·엉덩이·무릎으로 받아 띄웠다. 신라 화랑이
원화(源花)를 받들었듯이 마야의 청년결사에서도 미녀를 받들었는데 신전
경기에서 이기는 편의 원화가 경기 끝에 신전에 희생당할 영광을 얻는다
한다. 이 마야 축구는 해와 달을 하늘에 떠있게 하는
주술신사(呪術神事)로 보다 오랫동안 공을 떠있게 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기에 머리를 주로 쓰는 두구(頭球)일 수밖에 없었음직하다.
동서양의 축구 기원전설과 머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신화시대
황제(黃帝)가 중원을 통일하면서 마지막으로 싸웠던 치우(蚩尤)의 목을
베어 차기 시작한 것이 동양축구의 시작이요, 잉글랜드가 오래 지배했던
덴마크로부터 해방되자 덴마크 사람들의 무덤에서 해골을 파내어
참으로써 울분을 풀었던 것이 서양축구의 시작이라면 머리와 축구는
원초적인 상관관계에 있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20세기 초에 한국에 들어온 초기 축구는 규격이 갖추어진 운동장이
없었기에 빈터에서 일정 인원도 없이 양편의 인원만 같으면 됐기에 좁은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뛰어야 했다. 그래서 높이 차는 선수가 축구 잘
한다고 갈채받았고 주로 발보다 머리로 받아 머리로 연결하며 골문까지
옮겨갔으니 한국 축구 여명기는 축구가 아니라 두구였다는 편이 옳다.
축구는 두구로 전환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작금의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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