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폴란드
30여년 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연만한 이탈리아 여인 일행을 만난 적이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유엔 국제기관에 근무하는 여인들로 휴가를 얻어
트레킹에 나선 것이다.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물었을 때 서방측
자유국가들이 참전했던 한국전쟁은 모르고 있으면서 북한 축구가
이탈리아 축구를 이겼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축구와 국가인지도와의 함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된다. 이제
폴란드의 한국 인지도는 지고 이기고를 떠나 끈끈해질 것이 확실해졌다.
폴란드는 해양국가가 아니기에 한국과 역사적 연관이 없다. 굳이
한국과의 관계를 대라면 13세기 몽골 3대 군주인 정종(定宗)의 즉위식 때
당시 교황의 사절로 참석했던 폴란드 수도승 베네딕트가 몽골궁정에서
고려 왕자를 만난 것이 사상 최초의 만남이었다 할 수 있다. 「고려
사절은 여섯 마리의 소가 끄는 커다란 수레를 타고 왔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몸이 작고 스페인 사람들처럼 얼굴이 검어보였다. 미사를 올릴
때 사제(司祭)가 입는 것 같은 옷을 입고 사교관(司敎冠) 같은 관을
쓰고있는데 관 뒤편에 검은 날개가 하느작거렸으며 상아로 만든 막대를
들고 있었다」 했는데 아마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홀(笏)을 들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몽골 군주 즉위식에서 폴란드 사람과 처음 만난 한국인은 누굴까. 그
무렵 몽골에 가있던 왕족으로 현종(顯宗)의 후손인 왕순과 왕전을 들 수
있다. 고종 때 고려를 침략했던 몽골은 철수하면서 왕자의 인질을
요구했고 왕실에서는 왕순을 왕자로 속여 1241년에 볼모로 끌려가게
했으며 왕전은 전후문제를 교섭하고자 몽골을 오갔던 귀족 외교관이었다.
폴란드는 한국처럼 강대국에 싸여 독일·프랑스·터키·러시아·스웨덴
등에 강점당하거나 분할당하고 살면서 독립과 민족정기와 문화를
지탱해내린ㅡ유럽에서 애국심이 가장 강하다는 고난 민족이다. 경기
식전에서 연주됐던 폴란드 국가도 바로 18세기 독립전쟁에서 불렀던
전투가 「마즈루카」다. 개화기 한국 사립학교들에서
「파란전쟁사(波蘭戰爭史)」를 가르쳤음도 침략 일본에 저항하는 민족
저력을 함양시키기 위함이었으니 폴란드가 한국에 끼친 뜻있는
영향이었다 할 수 있다. 이제 승부를 초월, 두 나라 사이의 무지개로
승화시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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