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bindol 2022. 11. 23. 06:22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조선일보
입력 2002.05.22 19:16
 
 
 
 


대통령의 아들이 검거당하고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요즈음 임금님의 자제나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조상들이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알아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첫째, 왕자나 친인척이 월권과 비리로 접근했을 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우다. 왕자 사부 민백형(閔伯亨)이 벼슬을 얻어 나갈 때
왕자가 그 스승이 기른 매화를 욕심내 「임금님에게 바치려 한다」고
했다. 이에 임금님 곁에 있으면 누가 바친 것인가가 소문나고 임금의
총애를 얻기 위한 농간으로 소문날 것이 뻔하다며 거절했다. 사육신인
하위지(河緯地)는 「역대병요」를 편찬한 공으로 수양대군이 벼슬을
올려주자 월권이요 저의가 있다 하여 이를 마다하고 낙향했다.

둘째, 벼슬자리에 있으면서 권력형 비리에 아부 영달하려 하지 않고
이를 척결한 경우다. 한성판윤 전림(田霖)이 관내를 순찰하다가 왕자
회산군(檜山君)이 법도넘게 집을 짓고 있음을 보았다. 이에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때까지 법도대로 기둥을 자르고 칸수를 줄이지 않으면
집주인을 가두겠다고 했다. 돌아와보니 그 큰 집이 홀쭉하고 납작해져
있었던 것이다. 인조 때 허적(許積)이 전라감사로 있을 때 임금님의
사랑을 받는 후궁 조씨의 몸종이 부당한 청탁을 하면서 벼슬의 거취를
두고 공갈하는 것이었다. 이에 허적은 벼슬 붙이고 떼는 것은 네가 말할
일이 못된다 하고 곤장을 쳐 죽였다. 조후궁은 이 소식을 듣고 상감의
귀에 들면 꾸지람이 나에게 미칠 테니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주변에
함구령을 내렸다.

셋째, 임금이 직접 비리를 두고 친인척을 처단한 경우다. 성종의
외숙으로 승지 벼슬에 있는 이가 있었는데 수입목재인
자단향(紫檀香)으로 집을 지었다는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임금은 내시를
몰래 보내 그 사실을 확인한 다음 병이 나 피방(避方)을 핑계대고
경복궁으로 궁을 옮겨가 특명을 내려 외숙을 베어죽이고 환궁했다. 궁을
옮기지 않으면 반드시 대비께서 동기간을 용서하라고 청할 것이 뻔하므로
궁을 옮겨서까지 권력형 비리를 척결했던 임금님이다. 역사를 거울삼아
오늘을 본다 하여 역사를 통감(通鑑)이라 했다. 지금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를 두고 통감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