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참새

bindol 2022. 11. 23. 06:23

[이규태 코너] 참새

조선일보
입력 2002.05.21 19:22
 
 
 
 

참나무·참깨·참외ㅡ하듯이 참자가 붙은 것은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보다 가깝고 유익할 때 붙이는 접두사다. 그렇다면 참새는 새 가운데
사람에게 친근하고 유익하다 해서 얻은 이름일 것이다. 야생의 새 가운데
집뜰이나 마루에까지 날아오는 새는 참새뿐이며 그래서 손님새란 뜻인
빈작(賓雀)이라고도 했고 방문 안으로 들어오면 잡아서 안 된다는
금기마저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 처녀가 애 배고 쫓겨나 받는 벌로
벼 두 동이를 손으로 까도록 시킨 대목이며 고전소설에 계모가 본처 딸
구박시키는 수단으로 벼 방아찧게 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이 때
참새떼가 날아와 모조리 까 주고 일제히 날아 껍질을 날려 주고 간다.
참새는 이렇게 약자를 돕고 서민 편에 섰다. 참새의 작(雀)과 벼슬을
뜻하는 작(爵)과 음이 같다 해서 벼슬을 상징하기도 했다. 참새는
깡충깡충 뛰기에 걷는 것 보기가 힘들다. 참새 걷는 것을 보면
대과(大科)에 급제한다는 속신이며 벼슬아치에 군작도(群雀圖)가 좋은
뇌물이 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부정적 이미지도 강한 새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을 두고
새대가리라고 하는 것도 그것이다. 셰익스피어도 작품 속에서 「그 놈의
머리는 참새 대가리의 9분의 1도 못 된다」고 했다. 중세 교회에서는
참새가 악마를 상징하기도 했으며 성(聖) 도미니크는 참새의 털을 산
채로 뽑는 것으로 악마를 곤궁에 빠뜨리곤 했다. 또한 음욕(淫欲)의
상징인 데는 동서가 다르지 않았다. 제비는「논어(論語)」를 외워
「지지위지요 부지지위부지」하는데 참새는 「옥방비결(玉房秘訣)」을
외워 「앉아서 짹짹 누워서 쪽쪽」한다는 속언이 있다. 양귀비에 빠진
당나라 현종(玄宗)의 보양비방(補陽 方)이 역마환(驛馬丸)이라 하여
새고기가 주성분이라고「본초강목」은 적고 있다.

중국 공산 혁명 후 파리·벼룩·쥐·참새의 사해(四害) 추방운동을 벌여
베이징 성 안에서만 30만마리의 참새를 잡아 없앴는데 해충이 번성,
농작물 감수가 혹심하여 보호정책으로 전환시킨 일은 유명하다. 그
익조(益鳥)의 스위트 홈인 지푸라기 지붕이 없어지고 농약 등 환경
오염이 겹쳐 20년 전보다 3분의 1이, 10년 전보다 64%로 격감추세에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애완용 조롱 속의 참새가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