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회초리
사나운 짐승이나 새일수록 자랄 때 어미로부터 고된 아픔과 고난과
자조의 시련을 받는다. 어미 사자는 새끼 사자를 열길 벼랑 아래로 짐짓
밀어뜨리고 매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깃에서 뛰어오르지 않으면
받아먹을 수 없게 하여 높은 나무 아래로 떨어지게 하여 상처를 입힌다.
이를 낙상매(落傷鷹)라 하여 여느 매보다 사나워 사냥매로써 값을 세
곱절 비싸게 쳤다. 곧 훌륭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어미의 새끼에 대한
매질이랄 수 있다. 고대 희랍 스파르타의 축제일로 「회초리 치는 날」이
있었다. 키케로가 써남긴 것을 보면 선택받은 소년들이 여신상의 발에
손을 얹고 회초리를 맞는데, 보다 오랫동안 보다 가혹한 회초리일수록
환호를 받는다 했다. 일종의 성인식으로 젊은이들에게 곤궁이나 결핍,
노동, 고통을 감내하게 하는 인생수업인 것이다.
회초리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발달했다. 선현들을 모신
문묘(文廟)의 앞 뜰에는 맷돌(鞭臺)이 있었다. 과거에 급제한 생원,
진사가 양심에 부담되는 일을 저지르면 이 맷돌 위에 올라서서 스스로의
등짝을 회초리로 쳐 자책을 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ㅡ곧 엘리트의 정신적 기틀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고암가훈(顧菴家訓)」에 보면 50세 장년이 70세 노모에게 종아리 맞고
운다 했는데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늙으신 노모 힘 빠진 것이 서러워
운 것이다. 자손들이 매맞을 짓을 하면 그 자손을 앞세워 선조의 무덤을
찾아간다. 회초리 한줌 꺾어 그 아들이나 손자에게 쥐어주고 「자식 잘못
가르쳐 조상 뵈일 낯이 없다」고 고하고 상석 위에 올라서서 피가
흐르도록 종아리를 치게 했다. 이렇게 간접 회초리로 버릇 들이는 것을
조상(祖上)매라 했다.
옛날 시장에 나오는 질이 좋은 빗자루를 서당비라 했다. 아들놈 서당에
맡긴 부모들이 한달이면 한번씩 산에 가 나긋나긋한 회초리 한 묶음
꺾어다가 내 자식 이 회초리 다 닳도록 쳐서 사람 만들어 달라고 맡긴
싸리가 남아돌았기로 이로써 비를 엮어 부수입으로 삼는 것이
관행이었다. 서당비는 풍요했던 회초리 문화의 상징이랄 수 있다. 지금은
사랑의 회초리마저 징발하고 없는ㅡ그래서 꺾인 날개들이 즐비한
사도(師道) 타고 스승의 날이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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