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구멍 뚫린 두개골

bindol 2022. 11. 25. 17:24

[이규태 코너] 구멍 뚫린 두개골

조선일보
입력 2002.05.12 19:42
 
 
 
 


몽골지방의 유적조사 발굴 유품전시회에 구멍 뚫린 두개골이 전시되어
눈길을 모았다. 구멍 뚫린 두개골은 1만년 전 구석기시대의 유적지들에서
출토돼 왔고 세계 오대주 각처에서 출토돼온 수수께기 가운데 하나다.
살아있는 사람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을 필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두부의 외상에 대한 의료행위였을 것이라는 설도 그 중 하나다.
기원전 3~4세기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천두술(穿頭術)을 할 때의 주의사항에 대해 언급했을 뿐 왜 뚫는가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다만 머리에 외상을 입었을 때 베푼 것이라는 암시만
주고 있을 뿐이다. 13세기 초에 태어난 헨리 1세는 14세에 죽었는데
궁전에서 놀다가 기왓장인가에 맞아 머리에 함몰 골절을 당하고 천두술을
받았는데 그 후유증으로 죽었다. 둘째로 원시시대의 주술적 치료방법으로
뚫었을 것이라는 설이다. 원래 양이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 행동을 할 때
유목민들은 양의 머리 속에 악령이 들어 일어나는 일로 알고, 이를 쫓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뚫는 관습이 있었다 한다. 이에 사람의 두통이나
현기증·혼수·조울증·치매·간질 등 신경정신성 질환에 대해서도
악령의 소치로 알고 그 악령 추방을 위해 구멍을 뚫었을 것이라는
설이다.

셋째로 의례상 높은 신분의 표징으로 구멍을 뚫었을 것이라는
통과의례설도 있다. 고대 희랍의 사학자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보면
리비아 유목민들은 4세만 되면 머리의 두개골에 상처를 내고 양기름으로
불을 붙임으로써 평생 악령의 위해로부터 보호받는 것으로 알았다 했고,
원시종교에서 보다 차원높은 신령과 교감할 수 있는 신통력을 천두술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많은 원시종족들 간에 자신의 뼛조각을
둥글게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면 병마나 악마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부적관념으로 두개골의 골편을 얻고자 두개골에 구멍을 낸다는 설도
있다.

이 세상 모든 지역에서 구멍 뚫린 두개골이 출토되고 있고 이웃
일본에서도 출토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시대의 기록에 아기가
태어나면 평평한 돌로 머릿박을 짓눌러 납작한 머리를 만든다는 기록은
있어도 구멍뚫는다는 기록은 없다. 정신을 담는 그릇이기에 수난도
많았던 두개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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