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回心曲
우리나라에도 기독교나 힌두문화권처럼 7수를 존중하는 7일사상이
있었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3·7 곧 21일 만에 성인했음이며,
박혁거세가 승천한 지 7일 만에 유체가 땅에 떨어졌다함이며, 진표율사가
3·7 21일 만에 득도했음이 그 사상의 표출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첫
이레 두 이레 세 이레마다 잔치를 베푼 것이며, 죽어서 초(初)7 2·7
3·7 4·7 5·7 6·7 7 7마다 절에 가 공양을 드리거나 전탑(殿塔)을
돌았던 것도 7일사상의 나타남이랄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7일
만에 한 번씩 7번 심판을 받고, 이승에 돌아가느냐 지옥에 가면 어느
지옥에 가느냐가 정해지는 기간이다. 곧 7·7 49일 동안 영혼은
사유(死有)와 생유(生有)간의 중유(中有) 공간에서 방황한다. 이레 만의
심판날마다 이승에서 공양을 하고 재를 올리면 그것이 감응하여 망자에게
유리하게 판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알았으며, 49일재를 성대히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데 대중들은 절에 가 7일재를 올리기 번거롭기에 대신하여 공양과
효과를 같게 하는 것이 회심곡(回心曲) 되풀어 부르는 일이었다.
「금은보패(金銀寶貝) 무엇하며 /우마전답(牛馬田畓) 어데쓸꼬
/도산검수(刀山劍樹) 저 지옥에 /만반 고통 받아낼제 /지장보살
대원(大願)인들 /저를 어찌 구제하며ㅡ.」 인생의 허무를 돌아보고
불심으로 돌아와 저승에 간 부모 도우라는 이 회심곡을 몇 구절 외우지
못하는 옛 어머니는 드물었다. 이론 불교의 대가 원효대사가 말엽에는
박을 치고 여염을 돌아다니며 염불 교화로 이론과 실제의 거리를
좁혔듯이 서산대사도 불심에 민중을 접근시키는 수단으로 이 회심곡을
만들어 퍼뜨림으로써 한국 불교의 대중화에 큰몫을 했다. 그래서
회심곡은 별(別)회심곡·속(續)회심곡·육갑 회심곡 등으로 가지 돋혀
나가고, 민요며 향두가·노동가·문전연불가 등으로 다양하게 토착,
한국토속음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곧 유명(幽明)을 뚫고 저승에 계시는
부모님과 접하는 회심곡을 경기민요의 명창 김영임씨가 오늘 어버이날에
피로한다 하니 그동안 세상이 변해 자식들의 불초로 중유(中有)공간을
울어헤맬 많은 어버이들 회심곡 듣고 진혼(鎭魂)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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