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가시나무 새
신약성서 「고린도 사람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 교만하지 않게 하려고
내리는 사탄의 사자로서 몸을 찌르는 가시 같은 병을 주셨다는 대목이
있다. 그 가시는 애욕의 상징이며 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독소로 그
때문에 시련받는 수도자나 성직자를 가시나무 새로 곧잘 비유했다.
가시나무에 깃을 들이고 살면서 그 가시에 찔리지 않고자 평생 몸을
사리고 살다가 가시에 찔리면 단 한번 아름답게 울고 죽어간다는 새이기
때문이다. 스님 부설(浮雪)은 부처님 곁에 피어있던 금단의 연꽃을 꺾은
죄로 벙어리가 되어 이승으로 추방당했다는 구묘화(具妙花)의 미모에
심화(心火)를 태웠다. 이 가시를 피하고자 팔도의 험난한 곳을 찾아 갖은
고행을 다했지만 끝내 가시나무 새처럼 가시에 찔려 파계하고 만다.
아나톨 프랑스의 대표작 「타이스」에서 수도승 파브뉴스는 춤추는 창녀
타이스에의 유혹을 감내할 수 없어 사막의 폐사 돌기둥 위에 앉아서
고행하는 등 별의별 마음의 가시와 싸우지만, 병들어 죽어가는 타이스의
머리맡에서 가시나무 새가 되고 만다. 교회의 논리적 기반을 다져
4세기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성(聖)아우구스티누스의 자서전이랄
「고백」의 후반부에서 동성애로 심화를 태우는 이 성인의 가시를 가늠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의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의 소년 학대가 잇따라 들추어짐으로써
가시나무 새의 진통을 겪고 있다. 보스턴에서 30년간 사목을 해온 신부가
풀에서 10세 소년에게 성적 강요를 하는 등 여러 차례의 학대가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를 계기로 전 미국에서 성직자의 추문 고발이
잇달았다. 이에 교황 바오로 2세는 미국 추기경들을 모아놓고 성적
학대에 대해 성명을 내고, 전 세계의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서한을 보내어
「우리들은 일부 형제의 죄로 깊이 괴로워하고 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최저의 사악한 유혹에 패배했다」 하고, 관여된 성직자에 대해 배신자로
낙인찍고 성직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허약」함을 이겨낼 것을
호소했다. 한편으로 이를 계기로 뉴스위크지의 여론조사에서
82%(성직자는 73%)가 성직자의 결혼을 지지하고, 한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성적 갈등은 현대문명의 추세」라며 가시나무 새를
옹호하는 여론을 대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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