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반딧불이 計座
반딧불이도 나라에 따라 국가색을 띤다. 한국 반딧불이는 청백광이 나고
일본의 그것은 황백광 중국의 그것은 적백광이 강하다 한다. 빛은 달라도
반딧불이 발생 설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을 품고 억울하게 죽은
청소년의 넋이 그 여한으로 완전하게 못 죽고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동양 삼국의 감정공감대의 분모를 그에서 보는 것 같다.
한양 성문 밖 한 부잣집에 숙경이라는 고명딸이 있었는데 어느 봄날 그
마을에 사는 순봉이가 지나다가 초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 숙경이를 보고
상사(相思)에 빠진다. 하지만 늙은 과부 자식인 그인지라 소원을 풀지
못하고 죽으면서 초당 근처를 날아다니는 벌레라도 되게 해달라고
염원하며 죽었다. 그 넋이 반딧불이가 되어 밤만 되면 초당 근처를
나는데 숙경이는 무심코 이를 잡아 종이 봉지 속에 넣어 머리맡에
둠으로써 공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반딧불이는 살인·강도·방화를
일삼는 구로헤이에라는 악인이 잡혀 생매장당하는데 그의 어린 아들이
더불어 묻어달라며 달려가 묻혔다. 무고한 이 효자의 넋이 눈을 통해
날아 나온 것이 반딧불이라는 것이다.
한국 반딧불이가 심정적이고 일본 반딧불이가 도덕적이라면 중국
반딧불이는 실질적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소년이 모진 계모 슬하에서
사는데 계모가 어느 날 동전 몇 닢을 주며 산너머 마을에 가 콩기름을
사오라고 시켰다. 산을 넘으면서 소년은 어디선가 빠뜨려 동전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이를 찾아다니는데 날은 저물고 폭풍 속을 헤매다가 물에
빠져 죽는다. 죽어서도 계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딧불이가 되어
야밤에도 자지 않고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진(晋)나라의 차윤(車胤)이 반딧불이 모은 조명으로 책을 읽었다듯이
중국 복건성의 반딧불이는 20마리만 잡아 밝히면 큰 활자의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환경 오염으로 200마리로 밝혀도 읽을 수 없어 반딧불이
밝기 부흥을 꾀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전기 세트로 정원에
발광체를 날게 하는 인공 반딧불이를 개발 발매했다 한다. 우리나라
분당에서는 반딧불이 보존지역 조성을 위해 1만 계좌 국민 신탁운동을
벌인다는 보도가 있었고…. 동양 삼국의 설화 속 협동 한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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