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가야금 미스터리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 교수가 가야금에 현대음악을 접목시킨
「미궁」은 인생의 희비애락을 나타내고자 울고 웃는 사람목청을 깐
독창적인 작품이다. 미스터리에 휘몰리기 좋아하는 10대 네티즌 사이에
이 「미궁」을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루머가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문화인류학자 마가릿 미드 여사가 한국에 왔을 때
가야금 연주를 듣고 「악기가 아니다 사람이 들어앉아 울고 있는 것
같다」던 말이 생각난다. 이를 계기로 루머의 사회심리를 살펴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고종 25년 5월 당시 외부장관인 조병식은 한성의 모든 외국 공관에
공문을 보내어 항간에 서양인들이 조선아이들을 유인하여 삶아 먹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하고 만약 잡히기만 하면 즉결로 처분할 터이니 이를
널리 주지시켜달라 했다. 그 무렵 서양인들에 의해 사진술이 들어왔고
사람 삶아 말린 가루로 사진약을 만든다는 소문이 잡아먹는 것으로
소문이 났던 것이다. 똑같은 사람 모습을 재생하는 약으로 사람 가루를
써야 한다는 발상은 유사한 것끼리는 같은 효과를 낸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 곧 원시적 사고방식으로 합리적이었다 할 수 있다.
한국 전통 점복(占卜) 가운데 태주점이라는 게 있다. 사자(死者)를
불러내어 영매(靈媒)로 대화를 하는 점이다. 공중에서 들리는 듯한
가느다란 아기 목소리로 사자와 대화를 하는데 그 영매체(靈媒 ) 만드는
수법이 잔인하다. 갓난아기를 굶긴 다음 젖통을 가까이 갖다대면 아기는
허겁지겁 손을 갖다댄다. 이때 이 아기의 모든 생명은 응집되어 그
손가락 끝으로 쏠린다. 이때 날카로운 칼날로 그 아기 손가락을 잘라 그
응집된 생명력으로 사생간의 안테나로 삼았던 것이다. 이 역시
사진약으로 아기의 생명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사고와 상통하고 있다.
늑대는 산촌에 접근할 때 아기 울음을 한다. 인근에서 나물 캐던
아이들은 이 아기 울음에 속아 가까이 갔다가 화를 입곤 했다. 아기를
보다 많이 잡아먹은 늑대일수록 아기 울음을 잘 낸다는 것은 산촌의
상식인데 이 역시 유감주술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가야금 미스터리는
예술로 하여금 촉발된 영감이 생명의 본질에 너무 유사하게 접근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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