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오리엔탈 考
유인원(類人猿)의 두개골이 발견되었다던 케냐의 현장에 가면 세계
중심탑이 서있다. 케냐 사람들이 세계의 중심은 자기나라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자기네 임금의 사생아가 추방당해 이룩한 나라들이 동양이라며
어깨를 우쭐대던 것이 생각난다. 프랑스가 세계문화의 중심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국세(國勢)가 시들고 있다고 경고한 것은 장관을 역임한
베일피트다. 신화시대의 중국국가인 하(夏)도 한복판이란 뜻이었으며,
지금도 진(秦)에서 비롯된 지나(支那)란 호칭을 싫어하고 세상의 복판
나라라는 중국(中國)을 고집하고 있다.
이미 '서경(書經)'에 중국이 복판이요 주변 나라들을 오랑캐라 하는
사이(四夷)사상이 나온다. 자기나라 이외에는 동이(東夷) 북적(北狄)
남만(南蠻) 서융(西戎)으로 비하했으며, 우리나라는 중국의 동쪽에 있다
하여 동이로 불려왔는데, 이에 준한 사대호칭으로 동방(東邦), 동쪽의
방위색을 빌려 청구(靑丘)라고도 했다. '동방예의지국'이니 '동방의
횃불'이니 하는 미칭은 따지고 보면 굴욕적 호칭이다.
로마제국이 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값싸고 화려한 물품이 동쪽에서
흘러들어 경제 기간을 흔든 것을 든다. 이때부터 해돋는 동방을 뜻하는
오리엔탈이란 말에 부정적 색깔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 후 칭기즈칸이
이끈 동방의 몽골대군이 유럽을 쑥밭으로 만든 후에 부정적 의미가
가중되었으며, 대영제국 시대에는 고약한 피부병이 동쪽으로부터 번지자
'오리엔탈 부스럼'이라 하여 전염병의 뿌리라는 인식을 더했다.
그리하여 오리엔탈은 노란 얼굴, 납작코, 뱁새눈, 깜장머리 민족을
호칭하는 차별용어가 돼온 것이다. 19세기 무렵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의 오리엔탈 경계론을 봐보자. '오리엔탈 인종은 9억인데
서양인종은 그 3분의 1인 3억에 불과하다. 미개한 사람들이기에 많다는
것이 위협이 안 된다고 할지 모르나 왜 로마제국이 고트족에게 망하고
유럽이 몽골족에게 유린당했던가. 유럽 나라들이 10만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이면 오리엔탈 인종은 100만 대군을 유지할 수 있고, 문명을
도용하는 데 천재이기에 유럽 문명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미국 워싱턴주 한국계 상원의원의 발의로 차별용어인
오리엔탈 용어가 공문서에서 폐지됐다는 보도가 있어 그 말의 궤적을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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