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砲煙속 聖誕교회

bindol 2022. 11. 26. 08:51

[이규태 코너] 砲煙속 聖誕교회

조선일보
입력 2002.04.09 20:13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공략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포연 위에
떠있는 성탄(聖誕)교회의 종탑이 별나게 눈을 끈다. 수난 투성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종탑은 15세기에 영국과 베니스가 오크재(材)와
구리를 희사해서 지은 것으로 그것이 총탄이 되어 자기네 가슴에 박힐
줄을 몰랐던 것이다. 17세기에 이 교회를 점거한 터키 병사들이 그
종탑의 오크재로 총신을 만들고 지붕의 구리로 총탄을 만들어 베니스
공화국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 성탄교회에는 드나드는 문이 없다. 문 자리는 있으나 모두 메워지고
겨우 1미터 남짓의 허리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암문(暗門)으로 드나들게
돼 있다. 안에 들어서도 사방을 분간할 수 없게끔 조명도 돼 있지 않다.
마치 사교댄스 레슨하듯 발바닥을 스치고 기둥에 부딪히지 않게끔 두
손을 춤추듯 너울거리며 걸어야 한다. 그리고 탄생성소를 찾아가는데도
미로 찾듯 성직자의 인도 없이 찾아갈 수 없게 돼 있다.

왜 이같이 사람을 거부하는 배제구조로 돼 있을까. 오랜 역사기간 동안
이교도들이 말 타고 침입하여 기도 중의 신도들이 번번이 살해되고
납치당하길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그 교회의 종탑이 다시 포연에 싸이고
30년된 종지기가 피살당했다. 이스라엘군의 헬기와 탱크에 쫓겨 피란을
구해 온 팔레스타인 무장대원과 민간인들에게 교회측에서는 무기를 버릴
조건으로 수용하여 지금 화염에 싸인 채 말구유 광장을 끼고 대치상태다.
땅값 아니 흙값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바로 그 말구유 광장이다.
조그만한 약병에 담은 이 광장의 흙을 순례자에게 1달러에서 최고
1000달러에 팔고 있음을 보았다. 바로 성탄의 성적(聖蹟)이 서린 흙으로
수천년 동안 팔아왔는데 신성농도(神聖濃度)에 따라 값이 달라진 것이다.
성탄 지점의 흙이 1000달러요, 그에 가까울수록 값이 오르는데
교회건물의 가장자리 흙이 10달러, 광장의 흙만도 1~3달러이니 이보다
비싼 땅이 이 세상 어디 있을까 싶었다. 이 값비싼 땅을 이스라엘 탱크와
헬기가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베들레헴에는 성탄 마구간말고 예수
탄생을 고지 받은 「목자의 동굴」, 그리고 예수가 태어나 첫밤을 낸
「유굴(乳窟)」 등 성지가 깔려있으며 그 훼손을 우려하는 세계
기독교도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어 반 이스라엘 무드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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