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舞草
안면도에서 열릴 국제 꽃박람회에 중국 운남성에서만 자라는 콩과식물인
무초(舞草)가 전시된다 한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면 그 잎새들이
리듬에 맞추어 위아래로 흐느적거린다 하여 무초다. 어른 목청보다 아이
목청에 민감하고 남자 목청보다 여자 목청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른
리듬보다 느슨한 리듬에 민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춤추다가도
멎어버린다 한다. 인도 무굴제국의 3대 황제 때 신하 한 사람이
성가(聖歌)인 라가를 연주하여 꽃을 피웠다는 기록이 있으나 과장된
기록으로만 여겨왔었다. 한데 이를 범연하게 보아 넘기지 않았던 찰스
다윈은 미모사(함수초·含羞草)와 봉숭아 앞에서 색소폰을 불어 그 잎이
자극받아 운동을 일으키는가 여부를 실험했다. 미모사는 잎에 손이
닿기만 해도 움츠리기에 부끄럼을 잘 탄다 하여 함수초란 이름을
얻었으며 대중가요 「봉숭아 연정」처럼 닿기만 하면 툭 터지는
봉숭아인지라 노래에도 반응을 기대한 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는 식물 세포의
원형질 유동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는 인도의 식물학자 심프 교수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 유동 속도가 곁에서 타는 음악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음악 가운데에서도 힌두교의 성가인 라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었다. 이에 다윈이 실패했던 미모사에 라가를 들려줌으로써 잎새의
숨쉬는 기공(氣孔)이 단위면적당 66%나 늘어난 사실을 발견하고 흥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벼·양파·참깨·무·고구마 같은 작물에도
실험을 하여 「화성(和聲)음파는 식물의 생육 개화 결실에 확실한 영향을
끼친다」는 충격적인 실험보고를 한 것이다.
미국 덴버 방송국에서 바흐·하이든 등 클래식 음악만을 흘린 트랜지스터
곁에 놓아둔 호박 순은 트랜지스터쪽으로 순을 뻗어 그 중 한 줄기는
라디오를 감기까지 했는데 록음악만을 흘린 트랜지스터 곁에 놓아둔 호박
넝쿨은 반대쪽으로 뻗어 유리창을 기어오르려 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식물이 조용한 음악에 반응한다는 것은 과학이며 그중 별나게 민감한
무초가 선보이게 된 것이다. 춤추는 화초가 신기하기도 하려니와
록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나이든 이들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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