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牛頭 人身
신화 시대에는 소 머리에 사람 몸 사람 머리에 소 몸의
반인반우(半人半牛) 형태의 신인이 많았다. 농사신인 신농씨(神農氏)
황제(黃帝)에게 반란을 일으킨 치우(蚩尤), 그리고 희랍 신화의
미노타우로스, 희생의 영웅 길가메시가 그러했고,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인도하는 우두나찰(牛頭羅刹)도 반우반인이다. 난자 속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심어 아기가 될 수 있는 배아(胚芽)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사람과 소와의 교잡으로 반인반우라는 제3의
생명을 창출하는 것이 되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죽으면 이승에서의 인과(因果)에 따라 사람이나 짐승으로 환생한다는
불교의 논리에 따라 반인반우는 설화 속에 많이 탄생돼 왔다. 농경
사회라서인지 소는 한국인에게 있어 재물과 동일시돼 내렸다.
노비(奴婢)를 사고 팔 때 그 단가는 소 한 마리 값이 상식이었다. 20대의
건장한 사내 종은 황소 한 마리 값이요, 건강한 계집종은 새끼 잘 낳는
암소 한 마리 값으로 흥정됐던 것이다. 소꿈은 재(財)수를 몰아오고,
와우형(臥牛形) 풍수는 재를 몰아온다고 알았으며, 빚을 갚지 않고 죽는
구두쇠는 소로 환생한다고 알았다. 변씨라는 사람의 아버지가 어찌나
인색한 구두쇠였던지 집을 짓고도 그 삯을 주지 않고 버티었다. 빚을
받으러 오면 허리에 검은 전대를 차고도 「죽어서 너의 집 송아지로
태어나면 빚을 갚는 것이 되지 않느냐」며 매질을 하여 쫓곤했다. 이
구두쇠 아버지가 죽던 날 빚받을 사람 집에 노란 송아지가 태어났는데
허리에 전대 모양의 검은 띠가 둘러져 있었다. 곧 전통 사회에서 이렇게
비극을 안고 탄생되듯이 미래의 반인반우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사람 아기는 태어나서 1년 이상의 지루한 세월이 지나야 걸음마를
하는데, 송아지는 태어나면서 걸어다닌다. 소의 유전질이 배합된
반인반우 인간은 유아기의 증발을 가져올 것이다. 또 초식을 위해 창자가
갑절 길어질 것이요, 복강체적이 커져 선망하는 미남 미녀는 복부 비만의
달마형 체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반추(反芻)를 위해 하루 종일 잠
자면서도 씹고 자야 될지 모른다. 그리고 빨리 하는 것이 악덕이 되고
천천히 하는 것이 미덕이 되는ㅡ 고속(高速)사회가 우보(牛步)사회로
퇴화할 것이다. 섬뜩하게 하는 생명 교잡의 미래상이다.
'이규태 코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태 코너] 호화 유모차 (0) | 2022.11.27 |
---|---|
[이규태 코너] 벼슬 客主 (0) | 2022.11.27 |
[이규태 코너] ‘해인사 師僧’ (0) | 2022.11.27 |
[이규태 코너] 대처의 남편지키기 (0) | 2022.11.27 |
[이규태 코너] 스위스 이미지 (0) | 2022.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