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대처의 남편지키기
철의 여인 대처가 수상직을 그만 둘 때 영국의 여론은 세 개의 훈장을
달아주었었다. 그 하나는 고질이던 영국병을 낫게 한 훈장, 다른 하나는
추락한 대영제국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시킨 훈장,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훈장이다. 이 포클랜드 승전 20주년을 맞아
현지에서 벌어지는 기념식장에 상객으로 초빙받은 대처는 이를 정중히
사절했는데, 이유는 남편을 보살피는 일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 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건강으로는 갈 수 있지만 노쇠한 남편
데니스경(卿)에게는 과중하며 또 혼자만 가는 것을 남편이 원하지 않기에
그 영예스러운 자리를 사양한 것이다.
16년 전이던가, 수상직에 있을 때 딸 캐럴이 런던에 방 두 개짜리 집을
세내어 들었다. 국사에 그토록 분주하던 어머니 대처는 틈을 내어 딸네
집에 가 의자 위에 올라서서 도배를 하고 페인트칠을 하여 온세계에
감명을 주었었다. 그때 그는 도배질이 정치보다 어려웠다는 말을 남겨
유명하다. 주부 수상은 파트타임의 가정부 한 사람만의 도움으로 남편
식사를 손수 마련한다. 손가락 마디에서 배어나오는 손맛깔과 체온이
스민 음식을 남편과 더불어 먹음으로써 교류되는 소중한 정감을 놓치지
않기를 결혼 이래 지속시켰던 것이다. 어머니 대처는 혼자서 쌍둥이를
기르면서 백일 되던 무렵에 변호사 자격을 딴 분이기도 하다. 변호사
시절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밀려있는 가사를 밤 깊도록 하는데
식구들이 알고 마음을 쓸까봐 복도의 불을 끄고 부엌의 커튼을 내려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고서 일을 했다.
사도세자빈(嬪)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恨中錄)」에 보면 홍씨의
어머니가 밤을 새워 바느질 길쌈을 했는데 종들이 보고 괴로워 할까봐
창호를 검은 베로 가려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했다는 대목이 생각난다.
정승이던 월사 이정구의 부인이 어느날 공주(公主)의 혼사에 초대되어
갔는데, 공주에게 인사만 하고 대감과 정원에 나가는 큰아들과 승지로
일하는 작은아들 저녁을 차려주어야 한다 하고 그 영예로운 자리를
돌아서 나왔던 것이다. 우리 옛 조상들의 부덕을 고스란히 체질화한 인간
대처라서인지 친근감이 절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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