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호화 유모차
연암 박지원(朴趾源)은 「열하일기」에서 청나라에 간 한국사람의 다섯
가지 망동(妄動)을 지탄하고 있다. 그 오망(五妄) 가운데 하나가 오랑캐
나라라 하여 모든 문화 풍습을 얕보고 천하게 여기어 이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자랑삼는 일이라 했다. 그러고서 취할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일이라 하고, 그 가운데 하나로
부녀자의 손을 편하게 해주는 요차(搖車)를 들었다. 실학자
이규경(李圭景)도 중국의 요차를 받아들여 업고 안고서 일하는
부녀자들을 해방시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수차(睡車)라고도 하는 요차는
아기를 태우고 흔들어 재우는 수레로 유모차의 원형이랄 수 있다.
핼리슨의 「역사 속의 어린이」에 보면 유럽에서 유모차가 등장한 것은
1875년경으로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았다고 했으니 중국에
한결 뒤늦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유모차 이전에 어머니로부터 격리시키는 육아 풍습은 다양하게
발달해왔다.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아기구덕을 들 수 있다. 아기를 담아
격리시키는 바구니로 히말라야 트래킹할 때 아기들을 이 구덕에 담아
닭집처럼 처마 밑에 매달아놓고 일하러 나간 것을 보았다.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본토는 아기구덕이 없는 유일한 지역으로 문화적 특성을
가리는 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 세기 전만해도 유럽 농촌에 가면 아기들을 친친 감아 나뭇가지나
기둥의 옷걸이에 걸어놓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공원에서 마치
개 몰고 다니듯 아기 앞가슴에 엮은 끈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기는 격리 양육이 원칙인데 유독 우리나라만이 모체와의 부착
양육을 해왔다. 밭일 하러 나가면 띠로 나무 밑동에 묶어둠으로써 멀리
기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격리 육아도구가 가장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300만원짜리 호화 유모차가 상륙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그리고 마돈나, 샤론 스톤 같은
저명인사들이 주로 쓰는 주문 생산품이라는데 15대 한정 수입됐다는
것이다. 어린이 사치가 유아 사치로까지 확대되는 사회적 사건이 아닐 수
없으며 남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한국인의 열등의식의 심도를 노출시키는
호화 유모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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