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색동 考
솔트레이크시티의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선수단이 오색 색동옷을
어깨에 두르고 입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색동은 한국을 대변하는
상징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 된다. 색동옷 하면
명절이나 명일에 아기들이 입는 때때옷을 연상할 것이다. 시집 가는 날
신부가 입는 장삼 소매도 색동임을 감안할 때 경사스러운 날에 입는
옷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다. 호사다마라, 경사스러운
날이나 일에는 액이나 마가 끼게 마련이며, 이를 막고 쫓는
수단으로 색동옷을 입혔음직 하다. 무당들이 신을 내리는 강신굿을 할 때
색동옷을 입었던 것도 이 마와 액이라는 어두운 신령에 대치시키는 밝은
신령을 부르는 색동임을 알수 있게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보면 고개마루나 마을 입구에는 반드시
촐덴이라는 돌무지가 있다. 그 돌무지에는 울긋불긋한 오색 헝겊이
휘날리는 장대가 꽂혀있게 마련이다. 이 돌무지를 지날 때면 반드시
합장하고 몇 바퀴 돌며 주문을 왼다. 몽골에도 오보라 하여
돌무지를 쌓고 삼지창을 꽂아 오색 헝겊을 휘날리며 이곳에 병액을 쫓고
복과 풍년을 빌었다. 이 퇴석문화는 동북 아시아의 샤머니즘
문화권에 공통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서낭당이 바로 그것이다. 동구
밖이나 숲거리, 고개 마루에 신나무를 중심으로 잡석으로 돌무지를
쌓고 나뭇가지에 오색 베나부랭이를 주렁주렁 걸어둔다. 이를
오색포라 하는데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돌을 던지거나 주문을
외거나 침을 세 번 뱉는 등 하여 병액이나 호환
재해로부터 보호받고 소원 성취를 비롯한 기복을 했다.
신굿을 할 때 제단에 바치는 시루떡은 오색의 무지개 떡이어야 했음도
색동문화는 악신을 추방하고 선신을 부르는 송재영복(送災迎福)의
미디어였음을 알 수 있다.
눈에 핏발이 서면 뽕나무에 오색 헝겊을 엮어 맺어두고 지나다닐 때마다
침을 세 번 뱉으라고 시켰던 것이며, 염병이 유행하면 색동 베로
주머니를 만들어 속바지에 차고 다니게 했던 것도 바로 이 색동문화의
저변화였다 할 수 있다. 곧 때때옷은 보기에만 고울 뿐 아니라 한국적
사상의 표출로, 월드컵 동안 세상사람들의 마음에 인상짓게 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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