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시금치 돼지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단편에 '혓바닥 요리 '라는 게 있다.
지옥의 마왕이 이 세상 그 잡다한혓 바닥을 이리저리 모아
요리함으로써 특유한 맛을 내어 먹는다는 줄거리다.
모략하는 혓바닥,시샘하는 혓바닥,아부하는 혓바닥,키스하는 혓바닥,
직언하는 혓바닥 등등 혓바닥에 스민 감정이나 정신을 이리저리
조화했으니 희한한 맛들이 아닐수 없었겠다.
진(晋)나라 때 그 부와 사치를 겨루었던 왕개(王愷)가 사람 젖만을
먹여 기른 돼지고기를 먹자 라이벌인석숭(石崇)은 가둬놓고
금가루만 먹여 기른 닭의 달걀을 먹었다.곧 가축에 색다른 음식을
먹여 기름으로써 육질이나 맛을 달리해 먹는 사치는 역사도 유구했다.
미식가로 유명한 서태후(西太后)는 사천(四川)에서만 나는 원숭이
머리처럼 생긴 버섯만을 먹여 기른 양고기 요리를 즐겼다.
이처럼 식물과 광물을 먹여 유전자를 변형시켜 맛을 달리해 먹는
식도락이 없지 않았다.
보도된 바로 일본 생물학 연구팀이 시금치 돼지를 개발,
모든 포유동물에 결여돼있는 불포화 지방산을 20%나 증가시켜
놓는 데 성공했다 한다. 곧 시금치 뿌리에 들어있는 인체건강에
유리한 불포화 지방산을 돼지의 수정란에 투입한 후에 암퇘지의
자궁에 착상시켜 낳은 새끼 6마리의 육질에서 지방산이 들어있음을
확인한 것이며,이 유전자 조작 돼지와 정상 돼지와 교배시켜 낳은
2 ·3대 돼지에서도 지방산을 확인한 것이다.이 연구는 인간과 식물,
인간과 동물,동물과 식물의 유전자교합으로 무궁무진한 창조의
가능성을 예고해 주는 것으로 적지 않은 윤리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이미 헝가리의 과학자는 인간 세포와 당근 세포를 융합시켰고,
런던대학 연구팀은 암탉의 적혈구 세포와 효모(酵母)세포를,
롱아일랜드의 브룩헤븐 연구소에서는 인간 세포와 담배 식물세포를
융합시켜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근에 사람의 손이 달려서 가는 사람 붙들고,
담뱃잎에 입이 생겨 욕설을 퍼붓는 것은 아니다.그렇게 융합시킴으로써
인간 유전자를 식물이 갖게 되고 그로써 특유한 호르몬이나 효소,
비타민,약들,그리고 영양가 높고,또 선별된 영양가만을 보유한 식물을
온실에서 양산할 수있게 된다는 것이다.
( kyoutae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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