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장에 갔다오는 할아버지에게 엿 사먹고자 돈 3전만 달라고 했다가 얻지도 못 했을 뿐더러 호통만 맞았던 기억이 난다. 돈 한푼ㅡ하면 타산되지 않은 돈이지만 3전 5전ㅡ하면 타산된 돈이요, 철도 들지 않은 놈이 일찍부터 타산한다는 것에 옛 어른들은 교육적인 거부감을 가졌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서당에서 훈장이 이런 문제를 자주 냈던 기억이 난다. 두 아이가 노는데 동네 어른이 떡 세 개를 나누어 먹으라며 주고 갔다. 어떻게 나눠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하나씩 떡을 나누어 갖고 나머지 하나는 둘이서 똑같이 나눠 먹는다고 했을 것이다. 산술로는 맞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나머지 하나는 돌부처에게 바친다 해야 맞는 것으로 쳤다. 곧 이기적 행위를 초월, 남에게 베푸는 심성을 그렇게 가르쳤던 것이다. 맹자를 기르는데 이사를 세 번 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은 알려져 있다. 무덤가에서 사니까 아이가 장사지내는 흉내만을 내고, 시장 이웃으로 이사하니 아이가 타산하는 것만 배운지라 다시 이사했다는 이야기다. 곧 어린이 마음은 물꼬 트기를 기다리는 모래밭이요, 한번 물꼬를 터놓으면 품성은 평생 그 틀을 타고 흐른다고 말한 것은 순자(荀子)다. 남들과 더불어 사는 데 품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데, 이해타산으로 사이를 유지하도록 품성의 기틀을 잡아놓는다는 것은 인간 파멸이라해도 대과가 없다. 병자호란을 수습한 최명길(崔鳴吉)은 셈하는 단위를 몰라 백을 천으로 헤아렸지만 역사에서 경제재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옛 어머니들 그릇 한 죽 헤아릴 줄 몰라야 복받는다고 했음은 무지해야 다스리기 쉽다는 남성 상위시대의 지배논리가 아니다. 타산과 인덕은 반비례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고 바로 인덕과 품성을 기르기 위한 비타산에의 가치부여인 것이다. 서울에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니 MBA 아카데미니하는 증권을 포함한 초등학생들의 경제과외가 성행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어과외에 10만원만 얹어주면 경제과외를 해주기도 한단다. 경제 마인드를 일찍부터 길러준다는 것이 명분인데, 타산 없는 경제 마인드가 따로있다면 몰라도 맹자를 시장 바닥에 이사시켜 기르는 격이다. 철부지까지 돈 놀이에 일찍 끌어 들여 어쩌자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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