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동면 못하는 곰
인도 벵골 오지에서 늑대가 기른 아이 둘을 주워다 카미라와
아미라라 이름을 지어주고 사람으로 되돌리는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이 야생아들은 네 발로 기고 먹이에 입을
대고 먹었으며, 비바람이 불면 뛰어나가 울부짖곤 했다. 중국문헌
'산해경 '에 보면 사람모양을 한 수인(獸人)이 많이 등장한다.
활리(猾裏)주압(朱壓)장우(長右)등은 생김새나 행동으로 미루어
사람이 짐승으로 된 것이 완연한데도, 인간세계로 되돌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18년 전 중국 후난성 산중에 수인이 나타났다하여
1만위안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는데, 짐승이 기른 사람 아이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조 때 백두산중에 온몸에 털이 난 모녀(毛女)가
살았는데, 흉년에 산에 들어갔다가 눈에 갇혀 곰과 노루 등 짐승과
살다보니 생식을 하게 되고 추위도 타지 않게 됐다 한다. 이 모녀의
기억을 더듬어 고향인 함경도 경원에 데려다 우리에 가둬 인간회복의
훈련을 시키는데, 익은 밥을 먹이니 털은 빠졌으나 산으로 데려다
달라고 비명을 지르다가 끝내는 죽어갔던 것이다.
사람도 야성에 길들면 인간 회복이 힘드는데 하물며 인간에게
순화된 짐승의 야생 복귀야 더 말 할 나위 없겠다. 1960년대의
베스트 셀러 '야생의 에리자 '3부작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동물 관리인의 아내가 암사자 새끼 한 마리를 주워다 길러 야생으로
시집보내는 눈물겨운 실화다. 잘 생긴 청년 사자를 발견하면
바구니에 살코기 듬뿍 들려 데이트를 청하니 놈은 살코기만 뺏어
먹고 차 버린다. 그럼 에리자는 돌아와 우유 먹여 기른 어머니를
앞발로 치며 원망을 한다. 이렇게 야생에 돌아간 듯하더니
에리자는 새끼 세 마리를 낳아 이끌고 다시 친정에 돌아옴으로써
야생복귀는 실패하고 만다. 캐나다 북극에서 야생의 늑대를
길러 야생에 돌려보내는데 실패한 크라이스러 부인의 수기,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치타 새끼 한 마리 주워 딸처럼 기르다가
역시 야생에 돌려보내는데 실패한 파라디의 기록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의 손에 사육되다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적응 못 하고 돌아왔고 나머지 세 마리도 동면할
시기인데도 돌아다닌다는 보도를 접하니, 인간의 야성 간섭은
원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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