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일본 桓武王

bindol 2022. 11. 29. 16:36

[이규태 코너] 일본 桓武王

조선일보
입력 2001.12.24 19:49
 
 
 
 


일본의 옛 서울인 교토(京都)히라노마치(平野町)에
히라노신사(平野神社)가 있다. 이 신사 때문에 마을 이름이 생겼을
만큼 역사도 깊고 신사 격(格)도 최상위다. 이곳에 모신
이마키신(今木神)은 바로 일본 50대 간무왕(桓武王)의 외할아버지다.
이마키란 외국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이란 뜻으로 백제를 뜻했으며
이마키신은 간무왕을 낳은 대비(大妃)의 할아버지다. 12세기 일본
왕궁에서 불렀던 어가(御歌)에 '간무왕의 외조부는
백제 무령왕(武寧王)의 5대손 '이란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간무왕은 무령왕의 9대손인 셈이다. 대대로 하급관리를 해오던
가계에 태어난 이 백제의 딸이 간무왕의 부왕의 눈에 들어 그 사이에
2남1녀를 낳았고 그 중 한 왕자가 간무왕으로 일본 역사에서
대제(大帝)로 내세운다면 바로 이 간무왕과 명치왕(明治王)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명군이었다. 다만 도래인이라서였는지 하급 관리의
딸이라서였는지 정비 아닌 측실로 만족해야 했으며 아들인 간무왕이
즉위하면서 대비로 떠받쳤던 것이다.

현 125대 아키히토(明仁)일본왕이 '간무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 '이라는 '속일본기(續日本記)'의 기록을 인용, 일본 왕가에
한국 피가 섞였음을 언급함으로써 그동안 한국피를 거부하고 침묵해 온
일본 왕실의 뿌리를 지표에 드러낸 셈이 되었다.

이미 6~7세기 일본의 야마토(大和)정권시대 백제와의 밀접한 교류로
일본 왕실에 한국피가 흘러들었을 가능성은 높다. 이를테면 당시
세도가인 소가(蘇我)씨의 혈통을 보면 소가가라코(蘇我韓子)
소가고마(蘇我高麗)소가 이나메(蘇我稻目)소가우마코(蘇我馬子)로
세습되었는데 그 이름만 보아도 한국계임이 완연하다. 소가이나메는
당시 부원군으로 세 임금의 외조부였다. 그의 아들 소가우마코는
세 왕의 외삼촌이요, 두 딸 가운데 하나가 조메이왕비(舒明王妃)다.

왕실에의 한국 피 유입에 거부감을 느낀 탓인지 일본 학자들은
소가씨가 백제계임을 호도하고 있으니 앞으로 가려놓고 넘어갈 사안이다.
일본 왕가의 한국 피는 동화정책을 쓸 때 내세운
한일동조론(韓日同祖論)에서 거론, 악용당한 적도 있었으나 이번
일본왕의 발언은 평소에 일본 왕실에 전해내린 저의없는 상식의
표현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