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達人<달인>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達人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1/11 요즘엔 達人(달인)이 흔하다. 『達人』이란 제목을 단 TV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각 분야에서 나름의 경지를 개척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達人이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이때 達人의 ‘達’은 형용사다. 人을 꾸며 주는 말이 된다. 達人은 예부터 칭송된 개념이다. 첫째, 사리(事理)를 통달한 사람이란 뜻이다. 『춘추(春秋) 좌전(左傳)』에 “성인은 밝은 덕을 지닌 자다. 만일 현세에 없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達人이 나타날 것이다. 그는 지혜롭고 통달한 자다”라고 기록한다. 둘째, 활달하고 도량이 크다는 의미다. 한(漢) 가이(賈誼)는 『붕조부(鵬鳥賦)』에서 “작은 지식은 이기적이다. 남을 낮추고 자기..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猖獗<창궐>

[漢字, 세상을 말하다] 猖獗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2/1 “충성스럽고 어질지만 요절함은 선조가 남긴 재앙 때문이고, 횡포를 부리지만 잘사는 것은 선조가 남긴 공덕 때문이다(貞良而亡 先人餘殃 猖獗而活 先人餘烈).” 한(漢)나라 유향(劉向)의 처세서 『설원(說苑)』에 보이는 한자 창궐(猖獗)의 첫 용례다. 창(猖)과 궐(獗)은 모두 제정신을 잃은 개(犬·犭)처럼 사악한 기운이 제풀에 지칠 때까지 날뛰는 모습을 일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보듯 중국의 역사는 끝없는 재해의 역사였다. 덩퉈(鄧拓)는 항일전쟁 시기 『중국구황사(中國救荒史)』를 펴내 “기원전 206년 한(漢) 건국부터 1936년까지 2142년 동안 각종 재해가 5150차례, 넉 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자연재..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名師<명사>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名師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2/15 중국 속담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비유가 실제적이고 직선적이다. 우리는 ‘썩어도 준치’라고 하는데 중국은 ‘낙타는 말라 죽어도 말보다 크다(瘦死的駱駝比馬大)’라고 표현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여럿이 땔감을 모으면 불길이 커진다(衆人拾柴火焰高)’고 얘기한다. 요즘 중국 방송이 내건 표어 ‘중지성성(衆志成城)’과 같은 뜻이다. 여럿의 뜻이 모이면 성처럼 견고해져, 어떤 곤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인민을 동원할 때 주로 사용된다. ‘중지성성’은 베이징올림픽을 코앞에 둔 2008년 5월 12일 처음 등장했다. 이날 쓰촨(四川)성 원촨(汶川)에서 규모 8이 넘는 강진이 발생했다. 북으로 랴오닝(遼寧)성, 동으로 상하이(上海), 서..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冠狀<관상>

[漢字, 세상을 말하다] 冠狀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2/29 “관(冠)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노천명, 사슴) “가시 돋친 그러나 눈부신 장미의 관입니다.”(김남조, 사랑합니다) 머리에 얹힌 관(冠)은 시인의 단골 소재다. 한자 관은 민갓머리 멱(冖)과 으뜸 원(元), 마디 촌(寸)으로 이뤄진 회의자(會意字)다. 멱(冖)은 여기서 덮개가 아니라 사당[廟宇]을 가리킨다. 갓머리 면(宀)과 같다. 원(元)은 머리, 촌(寸)은 손[手]이다. 따라서 관(冠)은 사당 안에서 손으로 머리카락을 묶고 갓을 쓰는 남자의 성인식을 뜻한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으뜸이다. 여기서 머리에 쓰는 물건, 모자의 의미로 발전했다. 관을 왕이 쓰면 왕관(王冠)이다. 서양에서는 운동 시합의 승리자나 ..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隔離<격리>

[漢字, 세상을 말하다] 隔離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3/14 아방궁(阿房宮)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저택’을 가리킬 때 흔히 사용된다. 아방궁이 유명해진 건 당(唐)대 시인 두목(杜牧) 덕분이다. 두목은 23세였던 825년, 『아방궁부(賦)』를 썼다. 아방궁은 여섯 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진시황(秦始皇)이 시안(西安)에 세운 초호화판 궁전이다. 만리장성, 진시황릉, 진직도(秦直道)와 함께 ‘진시황 4대 공정(工程)’으로 꼽힌다. 두목은 아방궁 규모의 거대함을 “삼백여 리를 덮었고, 태양도 ‘격리’시켰다(覆壓三百餘里 隔離天日)”라고 표현했다. ‘격리’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처음 보인다. 격리는 둘 이상의 사물을 떨어뜨려 놓고 왕래를 끊는다는 뜻이다. 강제성, ..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貽笑大方<이소대방>

[漢字, 세상을 말하다] 貽笑大方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3/28 황하(黃河)를 다스리는 강의 신 하백(河伯)이 북쪽 바다의 신 해약(海若)을 만나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음을 토로한다. “당신의 무궁한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대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吾長見笑於大方之家).”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의 첫 구절이다. ‘당할 견(見)’을 영향을 끼치다는 한자 이(貽)로 바꾼 성어 이소대방(貽笑大方)의 출처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가 중국에 “이소대방 말라”는 글을 써 논란에 휩쓸렸다. 지난 18일 명보(明報)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한(武漢)에서 시작, 17년 전 교훈을 잊었다”..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苦難<고난>

[漢字, 세상을 말하다] 苦難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4/11 기독교는 지난주를 苦難(고난)주간으로 지켰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수치와 고통 그리고 죽음의 의미를 헤아리는 시간이다. 회개와 순종이 목적이다. 기독교인에게 苦難은 救援(구원)을 이루는 과정이 된다.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에서도 苦難이 화두다. 2009년 출간된 『苦難輝煌(휘황)』이란 기록 문학이 새삼 인기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부터 1936년 시안(西安)사변에 걸친 중국 공산당의 정치 역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苦難輝煌』에는 극한의 苦難을 딛고 長征(장정)을 완성한 걸음들이 선혈처럼 배어 있다. 정치 드라마이자 휴먼 드라마다. 저자 진이난(金一南)은 500여 권의 서적을 탐독해 300만 자의 초본과 30년간..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桑楡之收<상유지수>

[漢字, 세상을 말하다] 桑楡之收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4/25 중국 역사에서는 강대했던 한(漢) 제국마저 반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왕조가 둘로 나뉘었다. 후한(後漢)의 창업 군주 유수(劉秀)는 28인의 장수가 도왔다. 황제의 오른팔 풍이(馮異)는 남들이 공을 다툴 때마다 늘 한 발 빠져 나무 옆에 서 있었다 하여 ‘대수장군(大樹將軍)’으로 불렸다. 창업 이듬해 눈썹을 붉게 물들인 적미(赤眉)군이 수도를 유린했다. 황제는 피폐한 백성을 먼저 생각했다. 토벌보다 회유해 투항시키라고 풍이에게 명령했다. 함께한 등우(鄧禹)와 등홍(鄧弘)은 생각이 달랐다. 강공을 원했다. 적미군은 교활했다. 거짓으로 패한 척 달아나며 굶주린 관군을 유린했다. 등우와 등홍을 구하던 풍이마저 병사 대부분을 잃었다...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疏外<소외>

[漢字, 세상을 말하다] 疏外 중앙선데이 한자세상 5/9 코로나19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료됐지만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保持一定的社會距離) 캠페인이 한창이다. 거리두기에는 부작용이 있다. 疏外(혹은 疎外)다. 疏外는 외로움을 넘어, 따돌리고 냉대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인간 疏外’는 東西(동서)와 古今(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三國志(삼국지) 蜀志(촉지) 劉永傳(유영전)』은 “劉永이 모함을 당해 황제가 그를 疏外시켰다. 그 탓에 그는 10년간 황제를 알현하지 못했다”고 소개한다. 宋(송)대 정치가이자 사학자인 司馬光(사마광)도 "文帝(문제)는 秘書(비서)..

漢字의 비밀 2021.12.06

[漢字, 세상을 말하다] 莫道君行早<막도군행조>

[漢字, 세상을 말하다] 莫道君行早 중앙선데이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5/23 “그대가 먼저 나섰다고 말하지 말라. 그대보다 먼저 출발한 이가 있다(莫道君行早 更有早行人).” 중국 명(明)나라 말기 잠언(箴言)을 모은 계발서 『증광현문(增廣賢文)』의 한 구절이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라며 겸양(謙讓)을 권하는 격언이다. 송(宋) 승려 도원(道原)은 선승(禪僧)의 행적을 기록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했더니 밤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謂言侵早起 更有夜行人)”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퍼지던 지난 1월 17~18일 미얀마를 국빈 방문했다. 중국이 올 한 해 주변국 외교에 힘쓰겠다는 메시지였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그대가 가는 길 ..

漢字의 비밀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