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3>비방지목(誹謗之木)

誹:헐뜯을 비 謗:헐뜯을 방 之:어조사 지 木:나무 목 백성들의 고통을 마음에 새겨 정치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요(堯) 임금은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고 어진 정치를 행한 전설상의 천자다. 그는 교만하지 않았고 백관(百官·모든 벼슬아치)들에게도 공명정대했으며, 공과 사도 분명했다. 방제(放齊)라는 신하가 요 임금의 아들 단주(丹朱)를 천자로 추천했지만, 덕이 없고 싸움을 좋아해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사악(四嶽·동서남북의 우두머리, 원로를 뜻함)이 요 임금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순(舜)을 추천했다. 순은 백성들을 잘 인도했고 모든 관리를 잘 총괄하는 사람이었다. 빈객 접대도 정중하게 잘했고 하천 관리도 손색이 없었다. 요 임금은 순에게 제위를 물려주었다. 요 임금은 백성을 다스리는 데 행여 잘못..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4>불구심해(不求甚解)

不: 아닐 불 求: 구할 구 甚: 깊을 심 解: 풀 해 책을 읽어 큰 뜻을 깨달을 뿐 지나치게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진(晉)나라 시인으로 이름은 잠(潛)이다. 연명은 그의 자이다. 도연명이 살던 때는 왕실이나 권문세족들의 세력이 약해지고 신흥 군벌이 각축을 벌였으며 어수선한 정세를 틈탄 이민족의 침략과 농민봉기 등이 끊이질 않아 백성의 생활은 도탄에 빠졌다. 혼돈의 시대와의 불화를 경험하면서 도연명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전원에 들어가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가 전원으로 돌아가 사는 기쁨을 노래한 ‘귀거래사(歸去來辭)’란 시를 보면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술에 취해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물끄러미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식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5>공휴일궤(功虧一(竹+貴)

功: 공 공 虧: 이지러질 휴 一: 한 일 竹+貴: 삼태기 궤 사소한 방심으로 거의 완성된 사업이 헛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구인일궤(九(人+刃)一(竹+貴)), 미성일궤(未成一(竹+貴))라고도 한다. 궤(竹+貴)는 광(筐)자와 같으며 흙을 담는 도구로, 대나무로 만든다. 상서(尙書) ‘여오(旅獒)’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멸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남방의 이족인 만족(蠻族)은 주나라의 세력이 강해지자 앞 다투어 공물을 바쳐 친교를 맺으려고 했다. 그 가운데 여(旅)라는 나라에서 오(獒)라는 개를 바쳤는데, 키가 넉 자나 되며 사람의 말귀도 알아듣는 명견이었다. 무왕은 이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했다. 이때 무왕의 동생 소공(召公) 석(奭)이 무왕의 느슨해진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6>부마(駙馬)

駙:곁말 부 馬:말 마 부마란 본래 왕의 행차에 여벌로 준비한 예비용 수레인 부거(副車)를 끌던 말을 뜻하는 것이었다. 동진(東晉)의 간보(干寶)가 편찬한 설화집 ‘수신기(搜神記)’ 권16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농서((농,롱)西) 땅에 신도탁(辛道度)이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옹주(雍州)로 향했는데 불과 4, 5리를 앞두고 날이 저물어 갈 수가 없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큰 기와집을 발견하고 다가가 문을 두드리고는 묵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으로 안내된 그에게 주인 여자의 말은 이랬다. “저는 진(秦)나라 민왕(閔王)의 딸로서 조(曹)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한 지 23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주셨으니 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사흘만 머무십..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7>녹엽성음(綠葉成陰)

綠: 푸를 록 葉: 잎 엽 成: 이룰 성 陰: 그늘 음 여자가 결혼해 자녀가 많은 것을 비유하며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에서 나온 말이다. 명문귀족 출신답게 26세에 진사에 급제하였으나 한동안 막부(幕府)의 각료나 지방관을 지내는 등 벼슬길이 순조롭지 않았다. 높은 벼슬을 하면서도 만족하지 않았고 양주(陽州) 진주(秦州)의 환락가를 두루 돌아다니기도 했던 기인이었다. 서정적인 시를 잘 지어 대두(大杜) 두보와 견주어 소두(小杜)라고 일컬어졌다. 송(宋)나라 계유공(計有功)의 당시기사(唐詩紀事) ‘두목(杜牧)’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두목이 호주(湖州)를 유람하던 때의 일이다. 어떤 여인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여인은 당시 열 살 남짓한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가고 있었다. 그 딸은 두목의 마음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8>청천벽력(靑天霹靂)

靑: 푸를 청 天: 하늘 천 霹: 벼락 벽 靂: 벼락 력 생각지도 못한 돌발사고나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비유한다. 청천(靑天)은 청천(晴天)과 같으니 맑은 하늘의 날벼락이란 의미다. 남송(南宋)의 애국 시인 육유(陸游)는 자는 무관(務觀)이고 호는 방옹(放翁)이며, 금나라가 쳐들어왔을 때 살았던 시인으로 그는 중원을 함락시킨 이민족에 맞서 싸우자고 부르짖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의 속에서 국토가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살아갔던 애국시인이다. 9000여 수나 되는 그의 시에는 대체로 현실에 대한 고뇌와 비분강개한 심정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청천벽력’이라는 말은 그의 오언고시 ‘9월 4일 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 짓다(九月四日鷄未鳴起作)’에 나온다. “나 방옹은 병이 들어 가을을 지내다가,/홀연히 일..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9>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

獨: 홀로 독 釣: 낚시질할 조 寒: 찰 한 江: 강 강 雪: 눈 설 은둔하며 사는 낚시꾼의 삶을 말하는 것으로 당대의 오언절구의 절창으로 꼽히는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이란 작품에 나온다. “온 산에 새 날지 않고/온 길에 사람 발자취 없는데./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홀로 낚시질하는데 차가운 강엔 눈이 내린다(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사笠翁, 獨釣寒江雪).” 이 시를 읽으면 쪽배에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가운데 낚시질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은 듯 떠오른다. ‘온 산(千山)’과 ‘온 길(萬徑)’로 광활한 정경이 펼쳐지지만, 이 시어들은 ‘외로운 배(孤舟)’와 ‘홀로 낚시질한다(獨釣)’는 것과 대비되어 고독을 유발하며, ‘절(絶)’과 ‘멸(滅)’은 세..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50>퇴고(推敲)

推: 밀 퇴 敲: 두드릴 고 시문을 지을 때 글자나 구절을 정성껏 다듬고 고치는 것을 가리키며 ‘추고(推敲)’라고도 한다. 이 말의 유래는 당시기사(唐詩紀事) ‘가도(賈島)’ 편에 나온다. 당나라 때 시인 가도(賈島)가 어느 날 노새를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시를 짓기 시작했다.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인다(題李凝幽居)’라는 오언율시였는데 그중 앞의 네 구를 소개하면 이렇다. “한가로이 사니 이웃도 드문데,/풀숲 오솔길은 거친 정원으로 들어간다./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자는데,/중이 달 아래에서 문을 두드린다.(閒居隣竝少, 草徑入荒園. 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가도의 명편인 이 작품은 친구 이응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한 감정을 노래한 것이다. 작품의 명구로 꼽히는 4구에서 가도는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51·끝>견소왈명(見小曰明)

見:볼 견 小:작을 소 曰:가로 왈 明:밝을 명 사소한 변화를 감지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의미하는 말로 노자 52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한비는 법가적으로 이렇게 재해석했다. “옛날 주왕(紂王)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의 숙부. 태사(太師) 벼슬을 지냈으며 기(箕)땅을 하사받아 기자라고 불렸다)가 염려해 이렇게 말했다. ‘상아 젓가락은 흙으로 만든 그릇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고 무소뿔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에만 사용될 것이다. 상아 젓가락에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쓰게 되면 채소보다는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되면 베로 만든 짧은 옷을 입거나 초가집 밑에서는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비단 옷을 입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