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3>필문기정(必聞其政)

必: 반드시 필 聞: 들을 문 其: 그 기 政: 정사 정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금(子禽)이 자공(子貢)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떤 나라에 도착하면 반드시 그 나라의 정치를 들으십니다. 그것은 공자께서 요구하신 겁니까, 아니면 사람들이 주는 것입니까(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공자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위정자들이 공자의 정치 감각을 높이 평가해 그렇게 된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자공이 누군가. 언어에 뛰어나 외교 관계 등 대외 협상에 능했고 늘 공자를 모시고 제후국을 주유했으며 공자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제자였다. 자공이 사두마차를 타고 기마행렬을 거느리며 제후국을 방문하면 가는 곳마다 왕들이 몸소 뜰까지 내려올 정도였다. 그 곁에는 공자가 있었다..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4>망국지음(亡國之音)

亡: 망할 망 國: 나라 국 之: 어조사 지 音: 소리 음 나라를 멸망의 길로 내쫓는 노래로서 음란하고 사치스럽거나, 곡조가 슬픈 음악을 가리킨다. 망국지성(亡國之聲)이라고도 한다. 본래 이 말은 예기(禮記) ‘악기(樂記)’편의 “망하려는 나라의 음악은 슬프고 생각에 잠겨 있으며 그 백성은 곤궁하다(亡國之音, 哀以思, 其民困)”에서 나온 말로, 망국의 시기에는 노래도 시대적 울분을 담고 있다는 뜻이다. 한비자 ‘십과(十過)’ 편에도 나온다. 춘추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이 진(晉)나라로 가는 길에 복수(복水)가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그런데 한밤중에 처음 듣는 새로운 곡조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영공이 사람을 시켜 그 음악을 알아보도록 했지만 아는 이가 없자, 왕실의 악사인 사연(師涓)을 불러 그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5>부본엽요(부本葉搖)

부: 칠 부 本: 근본 본 葉: 잎 엽 搖: 흔들 요 다스리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무를 흔들 때 한 잎 한 잎 끌어당기면 힘만 들뿐 전체에 미치지 못하지만 뿌리를 좌우에서 친다면 잎이 전부 흔들리게 될 것이다(搖木者一一攝其葉, 則勞而不변, 左右부其本, 而葉변搖矣).”(한비자 ‘외저설우하’ 편) 군주가 아랫사람을 다스릴 때는 근본을 장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보자. 수레몰이의 명수 조보(造父)가 마침 밭을 매고 있는데, 어떤 아버지와 아들이 수레를 타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말이 놀라서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들은 수레에서 내려 말을 끌고, 아버지도 내려서 수레를 밀며 조보에게 수레 미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조보는 요령을 발휘하여 고삐를 당기며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6>일자천금(一字千金)

一: 한 일 字: 글자 자 千: 일천 천 金: 금 금 짜임새 있는 문장 구조와 정묘(精妙)한 문사(文辭)를 비유한 말로 아주 뛰어난 글자나 시문을 일컫는다. 일자연성(一字連城)이라고도 한다. 사기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불위는 진(秦)나라 서얼 왕자로 조나라에 인질로 와 있던 자초(子楚)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그를 태자로 삼고 자신이 데리고 있던 임신한 첩을 자초에게 주어 훗날 진시황의 생부가 된 이다. 자초가 장양왕(莊襄王)이 되자 여불위는 승상이 되었고 문신후(文信侯)에 봉해졌으며, 하남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받았다. 3년 만에 죽은 장양왕의 뒤를 이어 태자 영정(瀛政·훗날의 진시황)이 왕위에 오르자, 그의 위세는 더 막강해졌고 집은 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 당..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7>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忘: 잊을 망 家: 집 가 親: 친할 친 身: 몸 신 공사가 분명한 공직자의 자세를 뜻하는 말로 사마양저(司馬穰(자,저,차))가 장고(莊賈)라는 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다. “장수란 명령을 받은 날부터 집을 잊고, 군대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친척을 잊으며, 북을 치며 급히 나아가 지원할 때는 자신을 잊어야 합니다.”(將受命之日則忘其家, 臨軍約束則忘其親, 援抱鼓之急則忘其身·사기 ‘사마양저열전’) 양저라고도 불리는 사마양저는 춘추시대 제나라 장수로서 안영의 추천을 받아 장군이 된다. 양저는 전완(田完)의 후손이지만 서출이라 늘 비주류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무예에 뛰어났고 글도 잘 썼기에 당시 진(晉)나라와 연(燕)나라로부터 자주 공격을 당한 경공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저는 하루아침..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8>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桃: 복숭아 도 李: 오얏 리 不: 아니 불 言: 말씀 언 下: 아래 하 自: 스스로 자 成: 이룰 성 蹊: 지름길 혜 덕이 있는 사람은 잠자코 있어도 그 덕을 사모하여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사마천이 이광(李廣)을 평하면서 한 말이다. 시골사람처럼 투박하고 말도 잘하지 못했던 이광의 충실한 마음씨는 사대부의 신뢰를 얻었다. 사마천은 그를 복숭아와 오얏에 비유했다. 꽃이 곱고 열매 맛이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무 밑에 길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흉노에게 전설적인 존재였던 이광은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고, 성품은 청렴했다. 그는 상을 받으면 부하들에게 나눠줬다. 군사를 인솔할 때는 식량과 물이 부족한 곳에서 물을 보아도 병졸들이 물을 다 마시기 전에는 물에 가까이 가지..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9>일음삼백배(一飮三百杯)

一: 한 일 飮: 마실 음 三: 석 삼 百: 일백 백 杯: 잔 배 술과 달을 좋아했던 광인(狂人). 두보와 더불어 당시의 양대 거목이었던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나오는 구절로 호기로운 음주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장진주는 장편의 악부시(한시의 한 형식). 앞부분을 음미해 보자.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내려와/ 마구 흘러 바다에 들어가서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높은 집 맑은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하는 모습을/ 아침에는 검은 비단실 같더니 저녁에는 눈빛처럼 흰 것을/ 인생에서 뜻 얻으면 한껏 즐길지니/ 황금 술잔 들고 공연히 달을 마주하지 말라/ 하늘이 나 같은 재목을 낸 것은 필시 쓸모가 있음이오/ 천금을 다 써 버리면 또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법/ 양..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1>원견명찰(遠見明察)

遠: 멀 원 見: 볼 견 明: 밝을 명 察: 살필 찰 지혜롭고 현명한 군주의 자세를 말한다. 군주는 신하들 중에 자기 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간악한 사람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통치술에 정통한 인사는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핀다. 밝게 살피지 못하면 사사로운 일을 밝혀낼 수 없다. 법도를 잘 지키는 인재는 반드시 굳건하고 강직하다. 굳건하고 강직하지 않으면 간사한 자들을 바로잡을 수 없다(智術之士, 必遠見而明察, 不明察, 不能燭私. 能法之士, 必强毅而勁直, 不勁直, 不能矯姦).”(한비자 ‘고분(孤憤)’) 여기서 강의경직(强毅勁直)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인사들의 일반적인 속성이다. 이들은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한비는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0>국사무쌍(國士無雙)

國: 나라 국 士: 선비 사 無: 없을 무 雙: 쌍 쌍 빼어난 인재를 의미하는 말이다. 한나라 개국공신 한신(韓信)의 어린 시절은 수모의 연속이었다. 긴 칼을 차고 다니다가 동네 불량배들의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고, 빨래하는 아낙의 밥을 빌어먹기도 했다. 진나라 말, 진승의 모반에 반기를 든 항량과 항우에게 번갈아 몸을 의탁했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아주지 않자 다시 유방에게 달아나게 된다. 그런데 유방 역시 여전히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유방 곁에는 한신의 존재가치를 눈여겨본 유방의 친구요 핵심 측근 소하(蕭何)가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한신은 다시 자신의 길을 떠나버렸고, 그런 한신을 소하가 쫓아가 데려오자, 유방은 노여움과 기쁨이 뒤섞여 소하를 꾸짖었다. “그..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2>축록(逐鹿)

逐: 쫓을 축 鹿: 사슴 록 사슴을 쫓는다는 말로 제위나 정권을 다툼을 뜻한다. 중원축록(中原逐鹿)의 준말이며, 축록중원(逐鹿中原)이라고도 한다. 각축(角逐)과 같다. 사기 ‘회음후(淮陰侯) 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한(漢)나라 10년에 진희(陳희)가 모반하자 고조는 군사를 이끌고 토벌에 나섰다. 하지만 진희와 내통하던 한신은 병을 핑계로 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가신들과 짜고 밤에 거짓 조서를 내려 각 관아 죄인과 관노들을 풀어 주고, 이들을 동원해 여태후(고조의 황후)와 태자를 습격한다는 모의를 꾸몄다. 이때 한신의 가신이 죄를 지은 것이 발각돼 한신이 그를 잡아 죽이려 하자, 그 가신의 동생이 여태후에게 한신의 모반 음모를 몰래 알려주었다. 여태후는 한신을 은밀히 잡아 들여 목을 베었다. 한신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