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3>미조이모(未兆易謀)

未: 아닐 미 兆: 조짐 조 易: 쉬울 이 謀: 도모할 모 미세한 조짐도 지나치지 말라는 말로 어떤 일이든 실패의 조짐이 보이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방미두점(防微杜漸)과 같은 의미다. “국면이 안정되면 유지하기 쉽고, 그 조짐이 없으면 도모하기가 쉽다. 물건이 무르면 부서지기 쉽고, 그것이 미미하면 흩어지기 쉽다.(其安易持也, 其未兆易謀也. 其脆易判, 其微易散 한비자 ‘유로’)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그래서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는 제방을 순시할 때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흙으로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4>장지명산(藏之名山)

藏: 감출 장 之: 어조사 지 名: 이름 명 山: 뫼 산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깊이 감춰두고서 기다린다는 의미다. 사마천이 ‘사기’ 130편을 완성하고 나서 그것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깊은 두려움으로 말한 것이다. “그것(책)을 명산에 감춰두고 부본(副本)은 수도에 두어 후세의 성인·군자들이 열람하길 기다린다(藏之名山, 副在京師, 俟後世聖人君子).” 사기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 인간과 권력을 다룬 이 책의 예사롭지 않은 운명을 예감했다. 그의 말처럼 사기는 오랫동안 왕실과 역사가들에게 외면 받으며 몇 세기를 보내야 했다. 그런 비판의 이면에는 사기가 90년 늦게 나온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와 달리 도가와 병가, 잡가 등 제자백가를..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5>국무상강 무상약(國無常强無常弱)

國: 나라 국 無: 없을 무 常: 항상 상 强: 굳셀 강 弱: 약할 약 한나라의 흥망성쇠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라는 항상 강할 수 없고 항상 약할 수도 없다.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하면 나라가 강해질 것이고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그 나라는 약해질 것이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 한비자 ‘유도(有度)’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춘추전국시대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었다. 초나라는 장왕(莊王)이 스물여섯 나라를 병합해서 영토를 3000리(里)나 확장했으나, 장왕이 죽어 사직을 관장하지 못하게 되자 쇠약해지고 말았다. 제나라의 환공(桓公)도 30여 나라를 병합해 영토를 늘렸으나, 환공이 죽은 뒤 제나라는 바로 쇠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나라..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6>위정재인(爲政在人)

爲: 할 위 政: 정사 정 在: 있을 재 人: 사람 인 정치는 인재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다. 예기(禮記)의 편명인 중용(中庸)의 ‘애공문정(哀公問政)’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사람을 취하는 것은 자신으로 하며, 몸을 수양하는 것은 도로 하며, 도를 수양하는 것은 인으로 한다(爲政在人, 取人以身, 修身以道, 修道以仁).” 노나라 군주 애공이 정치를 물었을 때 공자의 답변은 이처럼 명쾌했다. 방책(方策·목판과 죽간)에 기록돼 있는 문왕과 무왕 같은 성군의 정치력이 힘을 발휘한 것도 따지고 보면 현신(賢臣)에 달려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 정치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여기서 말하는 ‘인(人)’은 바로 현신을 의미하므로, ‘위정재신(爲政在臣)’이라고 써도 무방하다.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7>식무구포(食無求飽)

食: 먹을 식 無: 없을 무 求: 구할 구 飽: 배부를 포 군자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히면 호학(好學)하려는 의지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절제미를 강조한 말이다. “군자는 먹음에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는 데 신속하고 말하는 데는 신중하며, 도가 있는 곳에 나아가 스스로를 바로잡는다. (그렇다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논어 학이(學而) 군자는 도덕과 학식을 두루 갖춘 존재다. 이 문장의 의미는 정신적인 데에 힘을 써야 하고 물질적인 것을 도외시하라는 말이다. 공자가 이렇게 말한 것은 배부름을 추구하는 것은 소인의 행태이기에 말이다. 그런 공자이기에 일상에서도 ‘포..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8>무위이처(無位而處)

無: 없을 무 位: 자리 위 而: 말 이을 이 處: 곳 처 제위에 오른 군주의 처신을 말하는 것으로, 권세나 기호를 드러내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힘을 더 갖는다는 의미다. “고요하여 그 자리에 없는 듯 처신하고, 막연하여 그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하도록 한다(寂乎其無位而處, X乎莫得其所).” 한비자 ‘주도(主道)’ 현명한 군주가 되기 위한 영원불변의 도는 신하들이 자신의 재능을 다 발휘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다. 군주가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일일이 모든 일을 다 관여해서는 안 된다. 백성이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은 군주가 자신만의 기호를 들이대어 나대기 때문이다. 군주가 권위를 세우지 않고 호들갑을 떨면 오히려 백성이나 신하들에게 흠결로 나타나게 된다. 은인자중(隱忍自重)이라는 말처럼 그 권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9>부행기덕(富行其德)

富: 부유할 부 行: 행할 행 其: 그 기 德: 덕 덕 가진 자의 덕목을 뜻한다. 도주공(陶朱公) 범려가 베푼 나눔의 미덕을 찬탄(讚歎)한 말이다. “군자가 부유하면 덕을 실천하기를 즐겨하고, 소인이 부유하면 자신의 능력에 닿는 일을 한다. 못은 깊어야 고기가 살고, 산은 깊어야 짐승이 오가며,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가 따른다.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게 되면 세상에 더욱 드러나게 되고, 세력을 잃으면 빈객들이 갈 곳이 없어져 즐겁게 하지 않는다(君子富, 好行其德, 小人富, 以適其力. 淵深而魚生之, 山深而獸往之, 人富而仁義附焉. 富者得예益彰, 失예則客無所之, 以而不樂·사기 ‘화식열전’).” 범려는 탁월한 투자자답게 시세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돈을 벌었다. 원래 그는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왕 구천을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0>자한언리여명여인(子罕言利與命與仁)

子: 아들 자 罕: 드물 한 言: 말씀 언 利: 이로울 리 與: 더불 여 命: 목숨 명 與: 더불 여 仁: 어질 인 공자가 이익과 천명보다는 인(仁)에 큰 비중을 두었다는 말이다. 이 문장의 해석 차이는 크게 ‘한(罕)’과 ‘언(言)’ 두 글자와 ‘이(利)’와 ‘여(與)’ 등에 대한 해석상 차이, 즉 문장의 구두점을 어디에 찍는가 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필자는 이 문장의 구두점을 ‘子罕言利與命, 與仁’이라고 찍어 해석했는데 어떤 학자는 통째로 한 문장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利’ 자 뒤에 쉼표를 찍어 ‘子罕言利, 與命與仁’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우선 글자부터 살펴보자. ‘罕’이란 글자를 대부분 ‘드물게’라고 해석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言’은 ‘말하다’는 의미다. ‘논어’ 전체에서 ‘利’가 ‘이익’..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1>학명구고 성문우천(鶴鳴九皐聲聞于天)

鶴: 학 학 鳴: 울 명 九: 아홉 구 皐: 물가 고 聲: 소리 성 聞: 들을 문 于: 어조사 우 天: 하늘 천 현명한 사람은 반드시 세상에 드러난다는 의미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학명(鶴鳴) 편에 나온다. “학이 깊숙한 물가에서 울면 소리가 하늘까지 들린다. 물고기는 연못에 숨어 있으나 간혹 못가에도 있다(鶴鳴於九(고,호) 聲聞于天 魚潛在淵 或在于渚).” 학명구고란 말은 시공간을 건너뛰어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에 다시 등장한다. 제왕의 시대요, 유가적 치세와 엄격한 법치의 한 문제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로운 지성의 활동은 여전했으니, 학궁(學宮)에 모인 박사들과 골계가(滑稽家)들이 그들이었다. 특히 동방삭(東方朔)은 언제든 궁중에서 황제를 모실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2>가인명박(佳人命薄)

佳: 아름다울 가 人: 사람 인 命: 목숨 명 薄: 엷을 박 아름다운 사람의 운명은 짧다는 뜻으로, 가인박명(佳人薄命)이란 말로 더 알려져 있다. 홍안박명(紅顔薄命), 미인박명(美人薄命), 재승박덕(才勝薄德)과 같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송대(宋代) 최고 시인이요, 명문장가로 손꼽히는 소식(蘇軾)은 자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다. 스물 둘에 진사에 급제하고 구양수(歐陽修)의 눈에 띄어 문단에 등장했다. 보수파인 구법당(舊法黨)에 속한 그는 온건한 개혁을 주장했다. 신법(新法)파와의 갈등 속에서 ‘의학교공거상(議學校貢擧狀)’ ‘상신종황제서(上神宗皇帝書)’라는 두 편의 글을 통해 혁신 세력을 강력히 비난했다가 서른넷에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좌천당했다. 항주통판 시절에는 적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