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읽기 47

MZ세대는 분석을 기다리는가

MZ세대는 분석을 기다리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1.09.29 00:26 장강명 소설가 MZ세대에 대한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MZ세대는 이런 세대다, 무엇을 좋아한다, 어디에 돈을 쓴다 등등. 조금 전 네이버뉴스에서 ‘MZ세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최근 24시간 동안 이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221건 올라온 걸로 나왔다. 언론사들이 기사를 많이 쓰지 않는 주말인데도 그렇다. 그 기사들에 따르면 MZ세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중시한다고 한다. 가성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감성, 개성, 경험, 공감, 공유 경제, 공정, 구독 경제, 메타버스, 복고, 세계관, 소셜 미디어, 소통, 소확행, 스토리, 실리, 자기표현, 재미, 젠더 이슈, 진심, 착한 소비, 참여, 취향, 편리함, 환경 ..

마음 읽기 2021.09.29

지도자에 대하여

지도자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0:22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한국인의 정치 사랑은 유별나다. 심한 경우 상대방이 싫어하건 말건 정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자기 지지자에 대한 강변을 털어놓는 바람에 술자리에서 싸움박질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것을 한국인의 문제로 지적하지만, 한국의 민주화는 이런 국민 정서에 기반을 둬서 생긴 것이기에 나무랄 일만은 아닌 듯하다. 작금에 대선 주자들이 뛰기 시작하면서 정치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내게도 가끔 묻는 이들이 있다. 누굴 지지하느냐고. 그동안의 정치 판도를 보며 어느 정당 사람이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면을 빌려 바람직한 지도자의 심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달아오르는 대선 레이스 정당보다 사..

마음 읽기 2021.09.02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2021.09.01 00:24 장강명 소설가 지난달 경향신문에 김택근 시인이 ‘좋은 정치인은 갑자기 솟아날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정치 신인들이 대선판을 움직이는 요즘 정국을 비판하고, 우리가 정치 혐오를 극복해야 더 좋은 지도자를 얻을 거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다. 얼마 뒤에 나온 성한용 선임기자의 한겨레신문 칼럼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독했다. ‘정치 문외한을 정치 지도자로 받드는 기괴함’이라는 제목이다. 마지막 문단에 ‘최근 김택근 시인의 칼럼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이 있어서 읽다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거듭해서 실패하는 한국 정치 외부의 초인을 바라는 사람들 세상을 구할 상상력은 어디에 두 칼럼의 논의를 이어보려 한다. 어쩌다..

마음 읽기 2021.09.01

예술과 행복의 뜻밖의 공통점

중앙일보 입력 2021.08.25 00:28 업데이트 2021.08.25 01:32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지구(Earth)에 예술(art)이 없다면?으!(Eh) 이 세상에 예술이 없다는 상상은 찐빵에 앙꼬가 없다는 상상보다 끔찍하다. 더 끔찍한 상상은 우리 중 아무에게도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능력이 없다는 상상이다. 아무도 석양에 감탄하지 않고, 아무도 빗소리에 취하지 않으며, 아무도 아이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고, 아무도 결정적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아름다운 것에 감탄할 줄 아는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천부적인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술가적 태도로 삶을 살아갈 필요는 있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

마음 읽기 2021.08.25

치유와 힐링, 악당과 빌런은 다른가요?

치유와 힐링, 악당과 빌런은 다른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00:29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과 교수 요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제법 눈에 띄는 악역을 수행하는 악당들도 인기를 얻는데, 이러한 역할을 맛깔스럽게 소화해 내는 인물들을 ‘빌런’이라 불렀다. 악당 혹은 악역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왜 그럴까?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기획하면서 썸네일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무슨 네일아트와 관련된 것인지 물어야 했는데, 학생들의 대답 또한 묘했다. 뜻은 자세히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쓰는 말이라 하더니, 내게 기획안을 보내면서 썸네일(작은 기획이미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었다. ‘엄지손톱’(Thumbnail)이라는 본명을 가진 썸네일에 이미지라는 의미를 얹어 엮으려니 난..

마음 읽기 2021.08.24

[마음 읽기] 현재 머문 곳에서 주인이 되는 법[출처: 중앙일보]

원영스님 청룡암 주지 책을 좋아하는 한 지인이 일본 교과서에 실린 수필이라며 『베갯머리 서책(枕草子)』을 몇 장 찍어 문자로 보내주었다. 어디 보자. 내게도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텐데…. 결국 찾다가 못 찾고 새로 사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읽어도 역시 아름다운 글모음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사는 우리들 세상 모든 행동은 마음의 결과 과거라는 망상에서 벗어났으면 이 책은 일본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 소개로 읽었는데, 그땐 문장이 괜찮은 정도였지 그리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당시 서른의 나이로 이해하기엔 작가의 관조적인 태도가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 ‘사계절의 멋’이나 ‘승려가 되는 길’ 등은 출가자의 눈에 더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하고, 덕분에 시를..

마음 읽기 2021.08.19

[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불량 종교인[출처: 중앙일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알 수 없어 모두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렇게 불안감이 커지면 사람들은 의지할 무엇인가를 찾는다. 그것이 종교다.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신의 힘으로 해결하고픈 욕구가 종교를 찾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중의 상품들이 좋은 것과 불량품이 있는 것처럼 종교인 중에도 불량 종교인들이 있어서 사람들을 돕기는커녕 금품을 갈취하거나 정신적 학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은 불량 종교인들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구원 불안증 퍼뜨려 선동 ‘자신만 정통’ 선민의식 구원의 유일조건은 사랑 불량 포장에 속지 말아야 불량 종교인들은 대부분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마음 읽기 2021.08.05

[마음 읽기] 취향저격[출처: 중앙일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취향(趣向·taste, liking):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삶의 많은 문제는 취향의 문제 타인의 시선에 부응하기보다 자기만의 취향에 충실해야 행복 지금은 취향저격(趣向狙擊)의 시대다. 어떤 선택의 이유를 물었을 때 ‘취향저격’이라는 네 글자를 대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른 해명은 필요 없다. 취향저격 앞에서는 권위도 전문성도 품질도 큰 의미가 없다. 그 앞에서는 학벌도 나이도 계층도 설 자리를 잃는다. 취향저격은 불필요한 외부의 간섭을 무력화시키는 최고의 무기이면서 삶의 주체성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다. 지극히 개인적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대는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서양 사람들이 ‘No reason’이라는 문구를 문신으..

마음 읽기 2021.07.28

[삶의 향기] 늙으니까 아프다![출처: 중앙일보]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과 교수 2010년 12월 말에 출판되어 벌써 10여 년이 지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그 제목에서 큰 성공의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단지 제목만을 마주하며 가졌던 나의 첫 인상은 솔직히 공감보다는 반감에 가까웠다. 제목을 듣는 순간 나는 내용은 제쳐두고, 근거 없는 반발심으로 책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에, 그 제목을 ‘늙으니까 아프다!’로 결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은 쓰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청춘’의 시간을 지나 지금처럼 나이 들고 보니 정말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물건들이 녹슬고 닳아 해지는 것처럼, 사람도 늙어간다는 것은 조금씩 기력이 쇠하면서 쑤시고 아픈 곳들이 더해가는 것 같다...

마음 읽기 2021.07.20

[마음 읽기] 장마와 폭염[출처: 중앙일보]

문태준 시인 요즘은 장맛비와 폭염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 칠팔월은 억수비와 폭염의 계절 고요에서 서늘함 얻었던 선인들 피서의 지혜 스스로 찾아봤으면 나는 졸시 ‘칠팔월’을 통해 이 시기 삶의 형편을 이렇게 적었다. “여름은 흐르는 물가가 좋아 그곳서 살아라// 우는 천둥을, 줄렁줄렁하는 천둥을 그득그득 지고 가는 구름// 누운 수풀더미 위를 축축한 배를 밀며 가는 물뱀// 몸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불은 계곡물// 새는 안개 자욱한 보슬비 속을 날아 물버들 가지 위엘 앉는다// 물안개 더미같이, 물렁물렁한 어떤 것이 지나가느니// 상중(喪中)에 있는 내게도 오늘 지나가느니// 여름은 목 뒤에 크고 묵직한 물주머니를 차고 살아라” 옛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칠팔월의 아침저녁 시골집 풍경 가운데에는 ..

마음 읽기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