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소가 주는 슬픔 중앙일보 입력 2022.05.04 00:25 지면보기지면 정보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파주 심학산은 고도 194m의 야트막한 산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 출판단지 외엔 주택 몇 채만 드문드문 있었다. 멀리 돌아 걸어도 1시간 반밖에 안 걸리는 완만한 산세의 주변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고요’였다. 이곳에 터 잡은 사람들은 이른 어둠과 정적에서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그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소문난 개발업자로 인해 마을은 한시바삐 모습을 바꿨고, 논밭이 다 주택부지로 다져지는 데는 짧은 시간으로 충분했다. 지금 이 동네는 위태로워 보인다. 산과 땅이 집 짓고 음식 팔려는 사람들로 붐벼 겨울철마다 오는 기러기 서식지는 이제 몇백㎡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이곳을 산책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