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읽기 47

[마음 읽기] 공정의 50가지 그림자[출처: 중앙일보]

장강명 소설가 정치와 도덕을 주제로 삼는 생존 철학자 중에 현재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마이클 샌델일 게다. 그다음은 아마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 아닌가 싶다. 프랭크퍼트는 2005년 현대 정치와 미디어를 비판한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얇은 책을 냈는데 많은 공감을 얻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27주 동안이나 올랐다. 모두가 원하고 누구도 모른다 인류보다도 더 오래됐을 개념 지금 필요한 건 섬세함일지도 진중하고 두툼하게 쓰는 샌델과 달리 프랭크퍼트는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짧은 에세이로 발표하기를 즐기는 모양이다. 『개소리에 대하여』를 내고 꼭 10년 뒤, 그는 얇은 교양서 한 권을 또 출간했다. 『평등은 없다』라는 제목이다. 노(老) 철학자는 여기서 ‘경제적 평등은 도덕적으로 중요한..

마음 읽기 2021.07.07

[마음 읽기] 칭찬은 절제의 대상이 아니다[출처: 중앙일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절제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굳이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The marshmallow experiment)의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절제하는 사람들의 성공 신화를 삶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만 자들의 비참한 최후도 알고 있으며, 잘 참아오다가 마지막 순간 눈앞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안타까운 실패담도 잘 알고 있다. 절제와 향유의 대상 구분해야 동료에 대한 빈번한 칭찬으로 기분좋은 일터 만드는 리더 절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관련 연구의 증언을 통해 자기 절제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자, 능력과 더불어 가장 확실한 성공 공식이 되었다. 그러니, 단순히 평균적으로 보자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절제를 ..

마음 읽기 2021.06.30

[중앙시평] ‘나이 집착 사회’ 그 위험성과 후진성[출처: 중앙일보]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한국은 ‘나이 집착 사회’다. 생물학적 나이가 모든 관계 설정에서 우선적 기준이 된다. 2030, 3040, 4050, 5060, 6070, 7080세대는 물론, 386, 486, 586세대 등 나이에 따른 세대 구분 표지가 도처에서 호출된다. 그뿐이 아니다.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탈진 세대, 무민 세대(無-Mean) 등 세대를 나타내는 용어는 3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대남 (20대 남자)’ 과 ‘이대녀 (20대 여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특정 공인을 지칭할 때 ‘○○살 XXX’ 또는 ‘○○년생 XXX’ 등과 같은 표현이 신문 기사 제목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최근 어느 당대표에 대한 기사가 ‘85년생 민방위 ○○○, 백..

마음 읽기 2021.06.17

[마음 읽기] 제주 밭담을 보면서[출처: 중앙일보]

문태준 시인 시인들이 자주 시로 노래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로 ‘돌’이 있다. 생명이 없고 딱딱하고 모양이 제각각인 돌에 시인들은 온기와 감정을 불어넣는다. 1998년에 작고한 박두진 시인은 특히 수석에 관심이 많았고, 돌에 관한 다작의 시편들을 남겨 ‘돌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두진 시인은 시 ‘돌의 노래’에서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 오르랴./ 먼 위로 어둑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어려/ 날아 오르랴”라고 썼다. 무정물인 돌이 미래의 시간과 희원(希願)을 갖게 하고, 우주 생명 에너지의 응축물로 거듭나게 했다. 흑룡만리 밭담 보며 감탄하게 돼 돌마다 쓰임을 줘서 만드는 밭담 완성된 밭담처럼 배제..

마음 읽기 2021.06.16

[삶의 향기] 지혜로운 자는 말하지 않고…[출처: 중앙일보]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과 교수 흔히 듣게 되는 ‘칼보다 무서운 펜’이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말하지 않는 자는 지혜롭다” ‘칼’보다 무서운 ‘말’의 힘 지킬 마음 없인 약속하지 말라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언어학자들 가운데에서도 화행론(話行論)자들은 말이 가지는 행동력, 즉 말로 표현하게 됨으로써 그에 수반되는 힘과 효력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쉬운 예로 ‘약속하다’라는 말이 있다면, 이 말은 그 약속이 지켜지는 효력을 전제로 한다. ‘성혼을 선포한다’라고 말하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위가 부여된 위치의 사람이 그렇게 선언함으로써 혼인의 효력이 발생되도록 한다. 독일 유학생활에서 얻은 몇 가..

마음 읽기 2021.06.15

[삶의 향기] 인간관계 돈독하게 하는 ‘미운 정’[출처: 중앙일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막내아들이 중2때의 일이다. 외국인학교에서 오라는 통보를 받고 긴장하며 교장실을 찾아갔다. 170cm 키에 몸무게가 80kg인 아들이 같은 반 학생을 밀쳐서 친구가 넘어졌는데, 부모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주먹질을 해서 때린 것은 아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자식의 선생 앞에 부모는 모두 겸손해지고, 자식의 잘못은 모두 부모의 잘못이 된다. 기숙사 형님 양복·구두 훔쳐 영화 본뒤 맞을 각오로 고백 형님 “잘했다 거기 벗어놔라” ‘정’, 질서 세우는 성숙한 문화 나는 아들과 학교 앞 벤치에 함께 앉아 처음으로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야. 너의 아버지는..

마음 읽기 2021.06.08

[마음 읽기]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해 보인다면[출처: 중앙일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다. 노안이 신체적 노화의 신호라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정신적 노화의 신호다. 나이 들면 사람들이 이상해 보여 타인 상황 모르면서 확신만 증가 타인에게는 나도 이상한 존재 나이가 점점 들수록 세상은 극소수의 정상적인 사람과 대다수의 이상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게 된다. 예를 들어 이들은 대학에 딱 두 부류의 교수만 있다고 믿는다. 이상한 교수와 더 이상한 교수. 증세가 심한 사람은 세 부류의 교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한 교수, 더 이상한 교수, 그리고 정말 이상한 교수. 교수뿐이겠는가? 이들에게 회사는 이상한 상사, 더 이상한 상사, 그리고 정말 이상한 상사가 존재하는 곳이다. 나이..

마음 읽기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