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맛집

맛집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맛집은 당연히 음식 맛이 좋은 식당·카페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맛집의 의미가 좀 다르게도 쓰인다. 예를 들면 ‘바지 맛집’ ‘귀걸이 맛집’ 등이다. 사고 싶은 좋은 바지와 귀걸이를 파는 상점(브랜드)이라는 말이다. 꼭 장소를 가리킬 때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엔딩 맛집’ ‘스토리 맛집’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나 영화 엔딩이 파격적이거나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또 보고 싶게 만드는 명작을 설명하는 경우다. 종합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좋은 것(장소)을 만났을 때, 그것을 맛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2/13 왜? 첫 번째 이유는 맛집이라는 단어에 담긴 신뢰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북(사진) 등에..

찐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참 진(眞)’을 발음할 때 악센트를 줘서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풀이하면 ‘진짜×진짜’와 같은 말로, 요즘 인터넷에선 ‘찐 케미’ ‘찐 연기’ ‘찐 맛집’ ‘찐 팬’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재들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는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말이 있다. 가짜와 가품이 만연한 시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진짜(real)의 진정성은 더 필요한 가치일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그들에게 진짜와 허구의 경계는 명확할까. 수십만의 팔로워가 내 말 한마디에 하트와 돈을 아낌없이 날리며 열광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버튼 하나로 끊길 수 있는 가짜 팬(친구)들이다. 양준일 책 ‘메이비’ 커버 지난 14일 가수 양준일이 사진 에세이 책 『양준일 MAYBE-너와 나의 암호말』(사진..

베지터블 가죽

베지터블 가죽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베지터블(Vegetable·채소)로 만든 가죽이라는 뜻이다. 채소의 어떤 성분을 이용해 동물 가죽 비슷한 원단을 만들어냈다는 건가. ‘베지터블 가죽’이란 친환경적으로 만든 가죽을 부르는 업계 용어다. 즉, 사용된 소재가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용어다. 지난해 베지터블 가죽 제품을 만들었던 코오롱FnC ‘쿠론(사진)’ 생산파트 이병관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동물의 가죽인 원피(原皮)를 상용 가능한 피혁 형태로 만들려면 무두질 공정이 필요하다. 원피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거나 굳기 때문에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 갖춘 소재로 만들기 위해서다. 바로 이 무두질 공정에는 크롬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

달고나 커피

달고나 커피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요즘 SNS에선 ‘달고나 커피’가 유행이다. 올해 1월 KBS2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 출연했던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의 한 카페에서 먹어본 음료가 진원지다. 종업원이 잔에 커피가루·설탕·물을 넣고 400번쯤 저었다는 그 음료의 거품을 본 정일우가 “학교 앞에서 팔던 달고나 같았다”고 하면서 붐이 일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엔 #달고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만 개 이상 등록돼 있다. 유튜버 뚤기가 제작한 ‘달고나커피, 400번 저어먹는 커피’ 영상(사진)은 조회수 185만을 돌파했다. 유튜버 뚤기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 캡처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단순하다. 커피가루와 설탕을 1:1로 섞은 다음, 티스푼으로 따뜻한 물을 조금씩 더하면서 ‘무조건’ 열심히 저..

돌밥돌밥

돌밥돌밥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 그래서 ‘돌밥돌밥’이다. 이 ‘웃픈’ 신조어는 본지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5일 본지 홈페이지에 ‘삼시세끼 돌밥돌밥…코로나로 달라진 육아생활’이란 기사가 게재됐다. 아이들 개학이 늦춰지고, 부모의 재택근무로 달라진 일상에 대한 취재 기사였다. 당시 여러 명의 취재원들 중 강동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가 “매일 돌밥돌밥의 반복이다. 코로나19로 밖에선 생사를 오가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집에서도 아이와 남편 식사를 모두 챙겨야 하는 끼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기사가 나간 후 네이버 블로그에는 바로 ‘돌밥돌밥’ 검색어가 생성돼 11일 오후까지 167개의 글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도 #돌밥돌밥 해시태그를 단 게..

감주

감주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감주는 식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감주’는 ‘감성주점’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감성주점은 요즘 생긴 말이 아니다. 2010년대 초반 홍대 앞에 ‘밤과 음악사이’, 일명 ‘밤사’라 불리는 주점이 문을 열면서 유행했다. 복고 열풍을 타고 7080 음악을 듣기 위해 당시 30~40대 직장인들이 들러 술을 마시며 춤을 추던 곳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한 ‘록카페’가 있다. 역시나 술을 마시다 흥에 겨우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춤을 췄다. 오랜만에 감주라는 단어를 떠올린 건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때문이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을 감성주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단밤’ 입구에 쓰인 “우리의 시간은 새벽시 감성분에 시작된다”..

꾸안꾸

꾸안꾸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국민이 ‘마스크 맨’이 되면서 “쇼핑 의욕이 사라졌다”는 게 주변의 이구동성이다. 정성껏 화장을 해도 얼굴 3분의 2를 마스크로 가려야 하고, 마스크 줄과 얽힐까 봐 귀걸이 모양 하나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솔직히 마스크와 어울리는 패션은 캐주얼 뿐이라 ‘입던 거 입자’ 하는 마음에 쇼핑 의욕이 안 생긴다는 것. 이럴 때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을 활용해 보자. 신경 써서 꾸민 티 안 나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일컫는 신조어로, 코로나19 때문에 급조된 말은 아니다. 용어만 다를 뿐 ‘꾸안꾸’ 콘셉트는 예전부터 늘 있었다.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가장 익숙한 용어로는 ‘내추럴 스타일’이 있다. 인위적인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

챌린지

챌린지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챌린지(도전)’는 밀레니얼 세대의 SNS 릴레이 문화를 말한다. 다수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자가 다음 사람을 지명해가며 놀이를 즐기듯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종의 캠페인이기도 하다.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됐는데, 참가자는 양동이 속 얼음 뒤집어쓰기와 100달러 기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션을 완료하면 다음 도전자 세 명을 또 지목해 릴레이를 이어간다. 꽃다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챌린지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부케 챌린지’ ‘플라워 버킷 챌린지’가 한창이다. 입학·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며 어려워진 화훼 농가 돕기 캠페인이다. 참가자가 누군가를 지명해 꽃(사진)을 선물..

포모족, 조모족

포모족, 조모족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달 19일까지 2주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모임·외식·행사·여행 등의 외부 활동,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일상이 장기화되면서 떠오른 신조어가 ‘포모족’과 ‘조모족’이다. 우선 포모(FOMO)족이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주위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의 반 타의 반 얽혀 있는 각종 모임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모든 정보 습득과 유행에서 뒤처지고 왕따가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많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일종의 고립 공포심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명상하는 모습 그 반대 격인 조모(JOMO)족은 ‘Joy Of Miss..

오지다, 지리다

오지다, 지리다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한 인터넷 방송에서 외국의 어느 도시를 여행 중이던 아이돌 스타가 신이 나서 외쳤다. “오지구요, 지리구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오지다’는 두 개의 뜻을 갖고 있다. 첫째,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둘째, 허술한 데가 없이 알차다. 둘 다 좋은 의미지만 문맥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쓰임새를 가려 써야 한다. ‘지리다’의 뜻풀이는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이다.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썩 기분 좋은 상황이나 표현은 아니다. 사전 뜻풀이대로 아이돌 스타의 방송 표현을 해석하면, 오지다는 표현은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흐뭇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지리다는?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오지다 지리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