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원마일 웨어

원마일 웨어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것이 일상생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역당국 입장에선 이 메시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또는 중단한다는 의미로 잘못 이해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온 국민이 기울여온 코로나 방역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할 때다. 최근 패션업계에선 ‘원마일 웨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집 안에서 또는 근처 1마일(1.6㎞) 반경 안의 지역으로 가볍게 외출할 때, 산책·운동 나갈 때 입기 좋은 옷차림을 말한다. 조르쥬 래쉬 모델 송윤아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으니 컬러와 디자인은 심플하고, 대신..

개린이날

개린이날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 2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2018년 511만 가구보다 80만 가구 증가했다. 전국 가구 수를 2238만 가구로 환산했을 때 26%가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종류를 살펴보면 개는 495만 가구에서 598만 마리, 고양이는 19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 중 30대 부부는 매년 어린이날이면 반려견인 브라운 푸들 ‘루시’(사진)와 외출을 한다. 반려동물이 입장할 수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원에서 공놀이를 한 후 루시를 위한 선물로 고급 용품들도 구입한다. 아이가 없는 이 부부에게 어린이날은 가족 같은 반려견 루시를 위한..

U턴족

U턴족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도로 표시판에 흔히 쓰이는 U턴이 일상의 신조어로 유행한 건 우울한 경제상황을 빗대어 설명하면서부터다. 과거엔 대도시에 취업했다 귀향하는 시골 출신자, 사회 진출이 막막해 대학원에서 시간을 벌려고 학교로 돌아온 대학생들을 ‘U턴족’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로 올해 새로운 U턴족이 등장했다. 해외 여행 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다.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186개국(6일 기준)에 달하고, 주요 여행지로 꼽혔던 서유럽과 미국·일본 등지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졌다. 하늘길이 막히자 ‘집콕’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결국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턴표지 덕분에 국내 항공·숙박업계는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4월..

임계장

임계장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긴 연휴가 끝나고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한 지난주, 안타까운 죽음이 보도됐다. 지난 10일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 근무하던 50대 후반의 경비원이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건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근무하던 아파트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한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지방 소도시에 살며 공기업 사무직으로 38년간 일했던 63세 조정진씨가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 빌딩 청소부 등을 전전하며 쓴 시급 노동 일지 『임계장 이야기』(후마니타스·사진)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온 신조어다. 책 속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노인 노동자의 팍팍한 삶과 암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계장..

1일 1깡

1일 1깡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1일 1깡’은 하루 한 번 가수 비(사진)의 뮤직비디오 ‘깡’을 본다는 뜻이다. 2017년 발매된 곡 깡은 당시 트렌드에 뒤떨어진 허세 작렬의 가사와 춤으로 ‘최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 유튜브에 뜨면서 현재 조회수 920만의 기록과 함께 역주행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깡에 열광하는 이유는 “댓글이 웃겨서”다. 처음엔 10년간 히트곡 하나 없이 영화·드라마 출연작마다 실패하는 비에 대한 조롱의 내용이 많았다. 이후 우울할 때면 깡 댓글을 본다는 사람들이 ‘1일 7깡’ ‘깡밍아웃’ ‘깡단현상’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또 깡에 중독된 웃픈 상황들이 하나둘 소개되면서 깡 댓글 보기는 일종의 놀이가 됐다. 지난 16일 MBC ‘놀면 뭐하니?’ 방송 이..

코르가슴

코르가슴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오래전 화장품 CF에 등장했던 광고 카피다. 비슷한 느낌으로 요즘은 가수 장범준의 노래가 인기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인간의 후각은 이만큼 섬세하고 또 기억력이 좋다. ‘코르가슴’은 냄새(향) 때문에 쾌감이 최고조에 달해 흥분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건 그만큼 향에 민감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향수 시장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레도 향수 ‘블랑쉬’ 흥미로운 건 밀레니얼 세대의 달라진 향수 취향이다. 이들은 ‘좋은 향’에 시대의 가치관까지 얹었다. 일명 ‘젠더리스(genderless·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유니버설(universal·보편적인)’ ‘..

미닝 아웃

미닝 아웃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달 31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번엔 하지마(For once, Don’t Do It)’라는 문구가 떴다. 지금까지 망설이지 말고 ‘Just Do It(그냥 해)’라고 외쳤던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을 변형한 것이다. 이어지는 영상에는 “뒤로 물러서거나 침묵하지마” “인종 차별에 등 돌리지마” 등의 내용이 뒤따랐다. 지난달 26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스타일용 사진 경쟁 브랜드 아디다스도 ‘RACISM (인종 차별)’ 단어에 붉은 줄을 그은 이미지(사진)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행동해라,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부캐

부캐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부캐(부캐릭터의 준말)’는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캐가 핫 키워드로 떠오른 건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 중인 유재석 때문이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마다 색다른 임무를 수행해온 유재석은 매번 획기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예의 바르고 수줍음 많은 MC 유재석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 덕분에 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하피스트 ‘유르페우스’, 요리사 ‘유라섹’ 등의 부캐들이 탄생했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트로트 곡 ‘주라주라’를 발표하고 ‘둘째 이모 김다비’라는 색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도 부캐 트렌드의 연장선이다.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부캐는 또 다른 자..

펀슈머

펀슈머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펀슈머란 펀(fun·재미)과 컨슈머(consumer·소비자)를 합친 신조어다. 기성세대에게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가성비’가 주요 구매요인이라면, MZ세대에겐 심리적 만족을 주는 ‘가심비’가 더 중요하다. 펀슈머는 여기에 재미까지 더해 ‘가잼비’를 강조한 용어다. 펀슈머를 잡기 위한 업계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다른 업종과의 협업이다. 칠성사이다X에코백 브랜드 플리츠마마(뉴트로 가방), 하이트진로X쇼핑몰 무신사(참이슬 오리지널 소주 백팩),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X나이키(청키덩키 운동화), BYCX육포 브랜드 질러(육포 팬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는 패딩점퍼부터 쿠션(화장품)·치약·맥주까지 협업 브랜드의 폭이 다양하고 넓다. 이종 간 협..

버뮤다 팬츠

버뮤다 팬츠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올여름 남녀 핫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버뮤다 팬츠’ 또는 ‘버뮤다 쇼츠’로 불리는 옷이다. 무릎이 보일 정도 길이의 반바지로 요즘 젊은 층에선 비슷한 컬러·옷감의 재킷과 함께 한 벌로(토즈·사진) 입는 게 유행이다. 6·25전쟁 70주년인 오늘 하필 버뮤다 팬츠를 떠올린 건 20세기 패션사에서 ‘전쟁’과 ‘군복’은 다양한 변환점을 제시하며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아쿠아 스큐텀과 버버리가 영국군이 입던 레인 코트를 민간인을 위한 트렌치코트로 탄생시켰고, 레이밴은 미 공군 조종사들이 애용했던 선글라스를 토대로 지금의 보잉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봄부터 ‘옷 좀 입는다’ 하는 이효리·차승원 등 남녀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점프 수트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