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워라블

워라블 중앙일보 입력 2022.06.16 00:24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삶의 중요한 키워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이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고, 퇴근 후에도 수시로 울려대는 상사의 문자 때문에 퇴근 후의 개인적인 삶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은 퇴근과 동시에 일로서 남겨두고, 이후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에 투자하자는 게 워라밸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그런데 요즘 새롭게 ‘워라블’이 뜨고 있다. ‘Work-life blending’을 의미하는 ‘워라블’은 일과 삶의 적절한 혼합을 뜻한다. 워라밸이 일과 취미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개념이었다면, 워라블은 일과 취미를 조화..

핑프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00:20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뉴비는 닥눈삼, 핑프 금지!! MZ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다. ‘뉴비’는 영어 ‘뉴(new·새로운)’와 ‘비잉(being·존재)’의 합성어로 커뮤니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운영 규칙이나 그들만의 용어를 잘 모르는 신참을 말한다. ‘닥눈삼’은 ‘닥치고 눈팅 3개월’의 줄임말이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적어도 3개월은 나대지 말고 기존 게시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분위기 파악부터 하라는 의미다. 핑프. 사진 서정민 커뮤니티 신참들에게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핑프 금지’다. ‘핑프’는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핑거 프린스(finger prince)’의 줄임말로 간단..

길빵러

길빵러 중앙일보 입력 2022.06.02 01:12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달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이유지만, 한편에선 “길빵러들 때문”이라고 호소한다. ‘길빵러’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금연구역인 건물에서 빠져나와 거리에서 흡연하는 이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마스크 없이 그들 앞을 지나자니 정말 곤혹스럽다. 사실 담배 냄새는 단순히 피하고 싶은 역겨움의 문제가 아니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해악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흡연자들이 생각 없이 뱉어내는 침과 가래는 또 얼마나 거리를 더럽히고 있는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찌푸려진다. 담배꽁초 어택 시민 모임이 지난 2월 18일 오전..

삼프터

삼프터 중앙일보 입력 2022.05.26 00:22 업데이트 2022.05.26 00:46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2017년 방영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1편’에는 숫자 3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사람은 홀수, 그중에서도 3을 좋아해서 정치인들은 ‘3가지 원칙’ ‘3가지 관점’ 등의 표현을 자주 쓰고, 소설·영화에는 ‘3의 법칙’이 있다는 내용이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3의 법칙’이란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횟수가 세 번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 “세 번까지 해도 안 되면 관객이 참지 않는다”는 게 김 작가의 유쾌한 설명이다. 그러고 보면 가위바위보 등의 게임도 ‘삼세판’이 국룰이다. 2017년 방영된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 1편에서 출연자들이 숫자 3에..

플렉스

플렉스 중앙일보 입력 2020.01.02 00:11 지면보기지면 정보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2 플렉스(flex)의 사전적 의미는 ‘(준비 운동 등으로) 몸을 풀다’ ‘(근육에) 힘을 주다’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층에선 ‘과시하다’ ‘지르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특히 고가 제품을 구매했을 때 많이 쓰인다. 이렇게 된 데는 1990년대 미국 흑인 래퍼들의 영향이 크다. 인기와 부를 동시에 얻은 그들은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금목걸이(사진), 보석 반지, 명품 시계 등을 착용하며 그런 자신들의 소비행태를 플렉스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국내에선 기리보이, 염따 등의 래퍼들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화제가 됐다. 요즘 유튜브에는 ‘하루에 1500만원 다 썼습니..

오렌지 와인

오렌지 와인 중앙일보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오렌지 와인 오렌지 와인에 오렌지는 들어 있지 않다. 화이트 포도 품종을 발효·숙성시킬 때 껍질·줄기·씨까지 포함시켜 다양한 농도의 오렌지 빛깔을 띠게 된 게 오렌지 와인(사진)이다. 2004년 영국의 와인 수입상 데이비드 하비가 레드·화이트·로제(핑크) 등 색깔로 와인을 구분해온 것처럼 ‘오렌지(색) 와인’으로 부르면서 통용됐다. 동유럽과 이탈리아에선 ‘호박(색) 와인’ ‘스킨 컨택트(껍질을 넣은) 와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선 최근 내추럴 와인과 함께 젊은층에서 트렌디한 술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이트 와인의 산미와 과실 향, 레드 와인의 타닌과 묵직한 질감을 동시에 갖춰 다양한 음식, 특히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

JMT

JMT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JMT는 ‘존맛탱(엄청 맛있는 것)’의 한글 자음을 알파벳 약자로 표현한 신조어다. 좀 더 자세히 풀이하면 존은 ‘존X’에서 따왔다. 탱은 아이템(item)의 끝 자인 ‘템’을 강조한 귀여운 발음이다. 실례를 보면 “일본에서 먹은 빵인데 레알 JMT” “해운대 맛집 인도요리 JMT” 이런 식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등장해 먹방·맛집을 좋아하는 밀레니얼 사이에서 최고 유행이다.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에는 #JMT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460만 개나 올라와 있다. JMT JMT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신조어 성향이 고스란히 담겼다. 깨알처럼 작은 휴대폰 자판으로 빠르게 소통해야 하는 특성상 원래의 단어를 축약해서 자음·모음 또는 알파벳 약자만으로 의미 전달하기는 기본. 한자..

삼신전자

삼신전자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한자로 삼신(三新). 3개의 새로운 필수 가전제품이라는 뜻으로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무선청소기(또는 로봇청소기·사진)를 말한다. 가사노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는 게 공통점이다. 『트렌드 코리아』의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중 하나로 “가사노동의 가성비 추구”를 꼽았다. 1인 가구이든, 다인 가족이든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살림을 지향한다는 말이다. 로봇청소기 실제로 이들 삼신가전의 성장세는 놀랍다. G마켓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의류건조기 판매는 2019년 기준으로 3년 전 대비 11배 이상(1059%) 신장됐다. 식기세척기는 6배 가까이(498%), 로봇청소기는 5배(423%) 증가했다. 이..

업글인간

업글인간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업그레이드 인간’의 줄임말로, 자신을 업그레이드(upgrade·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비슷한 말로 ‘자기계발형 인간’이 있다. 업글인간은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소개된 신조어다. 책에선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이 등장했다’며 ‘나아가 자신을 중요시하는 미코노미(me-conomy)의 소비자로서 먼 미래보다 지금 당장, 비일상보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의 신봉자들’이라고 풀이했다. 또 밀레니얼 세대가 업그레이드하려는 주요 영역을 ‘몸·취미·지식’으로 꼽았다. 브룩스 러닝화 이 세 가지 영역의 첫 번째 공통점은 ‘나’를 위한 경험과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라떼 상사

라떼 상사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라떼(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카페 라떼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때문에 ‘라떼 상사’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우유 커피처럼 부드럽고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상사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정반대다. ‘라떼 상사’란 후배들의 의견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 상사’를 부르는 젊은 직장인들의 은어다. “나 때”의 발음을 ‘라떼’로 바꿔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언어유희를 즐기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삼성생명 유튜브 광고에 40대 배우 김병철이 말(horse)이 그려진 커피잔을 들고 나타나 “라떼는 말이야”라는 대사를 날린 후, “Latte is a horse”라는 영문도 함께 유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