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ㄴㅇㄱ

ㄴㅇㄱ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 4일 MBC는 코미디언 신봉선의 ‘ㄴㅇㄱ’ 짤(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이나 그림)이 NFT 경매에서 300만원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NFT(Non-Fungible Token)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거래 내역이나 소유권이 블록체인으로 기록돼 위조가 불가능한 희소성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ㄴㅇㄱ’ 짤은 2017년 8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복면을 벗은 가수의 정체가 배우 양동근인 것을 알고 그날의 패널이었던 신봉선이 양팔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들며 입을 벌린 채 놀라는 영상이다. 당시 화면에는 ‘상상도 못한 정체’라는 자막이 적혔다(사진). 이후 이 영상은 ‘ㄴㅇㄱ’라는 이모티콘으로 재창조됐고 인터넷상에서 ‘상상도 못..

짭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00:26 지면보기지면 정보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은 유튜버 송지아(사진)씨가 가짜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에 ‘프리지아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지만, 명품 짭은 쓰고 싶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다. 프리지아는 송씨의 유튜브 채널 ‘free지아’의 명칭이자 송씨의 별명이다. ‘짭’은 가짜, 모조품을 이르는 말이다. 1990년대 초반 ‘가짜’를 가리키는 말로 ‘짜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글자 순서를 바꿔 듣기에는 거슬리지 않고, 말할 때는 임팩트 있는 비속어를 만든 것. 이후 ‘짜가’를 줄인 말 ‘짝’과 사람을 낮잡아볼 때 쓰는 접미사 ..

Y2K 패션

Y2K 패션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1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입었던 옷이 다시 유행할 때면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에 끄덕이게 된다. 요즘 핫한 명품 브랜드 ‘구찌’ 의상에 ‘할머니 옷장에서 꺼내온 듯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여성 패션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Y2K 패션’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패션이다. 연도(Year)와 1000(Kilo)의 첫 글자를 딴 ‘Y2K’는 2000년도 시작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컴퓨터 오류 ‘밀레니엄 버그’를 이르는 약자다.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사회적 대혼란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가 컸다. 배꼽이 보이는 짦은..

오지커피

오지커피 중앙일보 입력 2022.02.03 00:24 지면보기지면 정보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설 연휴에 젊은이가 많이 몰리는 카페거리에 가보니 ‘오지커피’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한자로 ‘오지(奧地)’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 깊숙한 땅을 말한다. 혹시 오진 산간 마을에서나 마시는 쓰고 혹독한 맛의 커피일까. 영어로 ‘오지(Aussie)’는 오스트레일리아 또는 오스트레일리아인을 가리키는 속어다. 즉, 오지는 호주 또는 호주인을, ‘오지커피’는 호주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스타일의 커피를 말한다. 커피의 역사를 말할 때 흔히 유럽의 에스프레소나 미국의 아메리카노만 떠올리겠지만 커피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주는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 플랫화이트(사진),..

불소

불소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정보를 얻기 위해서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든 유튜브 시청은 일상이 됐다. 문자를 읽으며 해석하기보다 영상으로 보고 들으면 이해가 쉬우니 유튜브 시청자는 남녀노소 불문이다. 문제는 유튜브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설프게 기웃댔다가는 알아듣지 못할 말들로 당황하기 마련이다. 일례가 ‘구취’와 ‘임구’다. 구취는 국어사전에선 입에서 나는 냄새라는 뜻이지만, 유튜브 세상에선 ‘구독 취소’라는 의미다. 구취의 반대는 임구. ‘이미 구독’했다는 뜻이다. 유튜브 채널 '웃소'의 유튜브 용어 모음 동영상. 사진 영상 캡처 유튜브 신조어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하다 동영상 하나를 찾았다. 2015년부터 7명의 친구가 공감을 주제로 ..

어쩔티비

어쩔티비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요즘 가장 유행하는 신조어는 ‘어쩔티비’다. 지난해 연말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2’에 호스트로 출연한 배우 신혜선(사진) 덕분이다. 그녀는 여러 코너에서 능청스러운 콩트 연기를 선보였는데, 특히 10대들의 신조어를 랩으로 쏟아내는 영상이 화제다. 영상 속 랩의 자막을 옮기면 이렇다. “어쩔 어쩔 저쩔 저쩔 안물 티비~ 안궁 티비~ 뇌절 티비~ 우짤래미 저짤래미~ 쿠쿠루삥뽕 지금 화났쥬? 킹 받쥬? 죽이고 싶쥬? 응~ 못죽이쥬? 어 또 빡치쥬? 아무것도 못 하쥬? 아무것도 못 하쥬? 그냥 화났쥬? 냬~냬~ 냬~ 냬~ 알걨섑니댸~ 아무도 안물안궁~ 어? 물어 본 사람? 궁금한사람? 응 근데 어쩔 티비쥬? 약 올리쥬? 응~ 어쩔 저쩔..

마기꾼

마기꾼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지도 벌써 3년째다. 화장 안 해서 좋다고, 겨울에 목감기 덜 걸려서 좋다고, 싫은 표정 가릴 수 있어서 좋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이런 ‘웃픈’ 일상이 계속되면서 덕분이라고 하면 뭣하지만 마스크 때문에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경우, 마스크 넘어 얼굴이 어떨지 혼자 상상하는 버릇이다. 대개는 그렇게 혼자 상상에 빠지다 마는데, 어쩌다 차라도 한 잔 같이하게 되면 나의 빈약한 상상력과 눈썰미가 처참하게 깨지는 경험을 한다. 연예인이나 범죄자가 왜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다니는지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마스크를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얼굴이 너무 다르다! 가면무도회의 묘미가 어떤 건지도 확실히 ..

웃수저

웃수저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2015~16년 즈음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바로 ‘수저(계급)론’이다.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개념의 이 수저론에는 팍팍한 현실에 지친 청년들의 자조와 울분이 다분히 섞여 있다. 그런데 이 씁쓸한 표현은 여전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청년들의 상황은 점점 더 비관적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금수저 위에 ‘다이아몬드 수저’, 흙수저 밑에 ‘똥수저’가 있다고 하니 이 양극화의 끝은 대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안 된다. BTS 멤버 진. 사진 인터넷 캡처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건 최근 등장한 ‘웃수저’ 때문이다. 부모가 가진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를 빗댄 도구, 수저에 금·은·동 같은 재화가 아..

삼쏘

삼쏘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 3월 3일은 ‘삼겹살데이’였다. 특정일을 ‘○○데이’라고 부르게 된 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시작이다. 이후 연인이 없는 솔로들끼리 짜장면을 먹는 블랙데이(4월 14일)가 생겼고, 숫자의 생김이나 발음 등을 이용한 ‘데이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1월 11일은 길쭉하게 생긴 초코과자를 먹는 빼빼로데이, 3월 3일은 3이 겹치는 날이라 삼겹살데이, 3월 7일은 3·7의 발음과 비슷하다고 해서 삼치·참치데이, 5월 2일 역시 숫자의 발음 때문에 오리데이라 불린다. 최근 생긴 신조어 ‘삼쏘’는 ‘삼겹살과 쏘주’의 줄임말이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수많은 직장인의 저녁 시간을 달래준 친근한 메뉴다. 보통은 “소주 한..

티슈인맥

티슈인맥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티슈인맥’이란 얇은 화장지 티슈(tissue)와 인맥이 조합된 합성어로 한 번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내가 필요할 때만 관계를 맺고 필요 없으면 미련 없이 버리는 일회성 관계를 뜻하는 신조어다. 요즘 디지털 세상에서 이런 티슈인맥은 흔하다. 얼굴은 적당한 프사(프로필 사진)로 대체하고, 이름은 닉네임(별명)으로 소개하며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는 게 디지털 세상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대와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다가 맘에 안 들면 언제든 차단해버리면 끝인 게 요즘 젊은이들의 흔한 일상이다. 동방제지 각 티슈. 사진 인터넷 캡처 관포지교(管鮑之交)·죽마고우(竹馬故友)·막역지우(莫逆之友)·금석지교(金石之交)·지란지교(芝蘭之交) 같은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