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핀스킨 마케팅

핀스킨 마케팅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최근 직장인 밀집 지역인 강남대로와 한강대로 인근 버스 정류장에 재밌는 광고들이 눈길을 끈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비비고는 아침을 만든다’(사진) ‘위대한 갤럭시를 만드는 일도 시작은 든든한 아침부터’ ‘잊지 말고 꼭 아침 식사 헤라’. 주변에 위치한 교보문고,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임직원이라면 빙그레 웃음이 날 만한 문구들이다. 이 광고는 CJ제일제당 ‘비비고’가 평소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을 위해 비비고 죽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일종의 ‘핀스킨 마케팅’을 활용한 예다. 핀스킨 마케팅이란 ‘핀셋 마케팅’과 ‘스킨십 마케팅’을 합친 용어다. 핀셋으로 집듯 상품 특성에 맞는 고객들을 선별한 후, 부드러운 스킨십으로 다가가는 마케팅을 이른다. 맥락..

바디 프로필

바디 프로필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바디 프로필(body profile)은 말 그대로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다. 평범한 MZ세대에서 유행하지만 아무렇게나 막 찍은 사진은 아니다. 수개월 동안 고강도의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멋진 몸매를 만든 후, 전문 사진 스튜디오에서 의상·헤어·메이크업 콘셉트까지 상담하고 촬영한다. 6개월 후 예약까지 꽉 찬 인기 스튜디오의 경우, 한 콘셉트당 포토샵 보정 사진 2장을 만들어주는 비용이 40만원 대부터 시작된다. MZ세대가 ‘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SNS를 통해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자 오히려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같은 루틴 만들기 트렌드가 생겼다. 대학교 3학년 김..

당모치

당모치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 5월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가 20~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음식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이 주문한 1위는 치킨(69.9%)으로 집계됐다. 역시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다. 그러다 보니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는 이 친숙한 음식을 활용한 것들이 꽤 많다.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을 결합한 말로 그만큼 치킨 요리를 찬양한다는 뜻), 치맥(치킨과 맥주 세트), 1인1닭(한 사람이 닭 한 마리는 먹어야 한다) 정도는 기본. 요즘은 오저치고(오늘 저녁 치킨 고), 치와(치킨과 와인 세트), 치믈리에(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치킨의 맛·향·식감을 파악해 브랜드까지 감별해내는 전문가), 닭터..

700

700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사진)를 사용했던 시절, 젊은이들 사이에선 영화 속 스파이들의 암호처럼 숫자가 언어를 대신했다. ‘1004(나의 천사)’ ‘0404·0124·0024(영원히 사랑해)’ ‘0179(영원한 친구)’ ‘8255(빨리 오시오)’ ‘8282(빨리빨리)’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나 지금이나 문장을 줄여서 빠르고 재밌게 의미를 전달하려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오늘의 신조어 700은 ‘귀여워’의 초성 ㄱㅇㅇ의 모양이 숫자 700과 닮았다고 해서 요즘 MZ세대가 즐겨 쓰는 용어다. 1990년대 사용했던 무선호출기. [중앙포토] 각기 다른 언어와 달리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호인 숫자는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 ..

혼바비언

혼바비언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 4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0 서울먹거리통계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만 18세 이상의 시민 3833명)의 69.2%가 일주일에 한 번은 혼밥을 먹는다고 한다. 조사의 일주일 평균 혼밥 횟수는 3.44회. 혼밥 이유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72.3%), ‘시간이 없어서’(37.7%), ‘다른 사람과 먹기 싫어서’(11.6%) 등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에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32.4%), ‘나만의 독특한 식습관 때문에’(10.3%) 등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대답들도 많았다.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된 1인 식당. [사진 인터넷 캡처] 불과 10여 년 사이 ‘혼밥’은 우리 시대 식문화와 가치..

인만추

인만추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인만추’는 ‘인위적인 만남을 추구하다’의 줄임말이다. 반대어는 ‘자만추(자연스런 만남을 추구하다)’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동호회에서 친구로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영화·드라마 속 레퍼토리일 뿐. 팬데믹 시대 현실 속 청춘들은 연애는 고사하고 자연스러운 만남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고 이성을 향한 호기심과 욕구까지 사라진 건 아니어서 최근엔 인만추가 유행하고 있다. 모바일 소개팅 앱 광고. [사진 인터넷 캡처] 대학 입학 후 가장 먼저 열정을 쏟았던 미팅이나 소개팅을 떠올려보면 팬데믹 이전에도 인위적인 만남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MZ세대의 인만추는 모바일 소개팅·데이팅앱(사진) 등을 활용해 선 비대면, 후 대면 단계로 이루어지는 게 특징이다..

들튀각

들튀각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양궁 여자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지난달 24일 남녀 혼성 단체전에 이어 다음날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첫 2관왕에 오른 바로 그날, 안산은 그룹 마마무의 리더 솔라로부터 생각도 못했던 깜짝 응원 메시지를 받고 감격했다. 솔라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산님 한국오면 들튀각”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안산의 뒷모습 사진에 스마일 이모티콘들을 ‘뿅뿅’ 올린 것(사진). 사진 속 안산의 양궁 조끼에는 마마무의 응원봉 배지가 달려 있었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자신의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던 사진. 그룹 마마무의 리더 솔라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이에 기뻐 어쩔줄 모르는 안산 선수의 답글도 달려 있다. [사..

술찌

술찌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라떼상사’들의 레퍼토리 중 하나가 술에 관한 무용담이다. 혼자 소주 4병은 거뜬히 마셨다, 폭탄주 30잔을 마시고도 멀쩡했다, 체육대회 우승 트로피에 막걸리 두 통을 담아 원샷했다, 맥주 1000cc 잔이 기본이었다 등등.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이 화려한 무용담은 언제나 ‘인생 술 총량의 법칙’으로 끝을 맺는다. 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인생 술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젊은 시절 술을 많이 마셨다면 나이 들어 술을 덜 먹게 되는 건 당연하다는 웃픈 변명. 술을 잘 못 마시는 ‘술찌’들이 500cc 맥주 잔 원샷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소주잔에 손잡이를 단 미니 잔. [사진 텐바이텐] 요즘 신조어 중에 ‘술찌’가 있다..

쫌쫌따리

쫌쫌따리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쫌쫌따리’는 친구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의 SNS 글이 퍼지면서 유명해졌다. 한 친구가 “닭뼈에 살이 너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또 다른 친구가 약 올리듯 이런 댓글을 붙인다. “니가 뼈에 쫌쫌따리 붙어 있는 거 긁어서 티끌 모아 태산 맛 느끼고 있을 때 난 질겅 양념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쫀득한 어감에 재미를 느낀 MZ세대는 닭뼈에 붙은 살처럼 ‘매우 적고 하찮은 양’을 말할 때 이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표현에 무게를 두고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긍정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을 위..

길티 플레저

길티 플레저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길티 플레저’는 영어 길티(guilty·죄책감이 드는)와 플레저(pleasure·즐거움)를 합성한 신조어다. 어떤 일을 할 때 죄책감·죄의식을 느끼지만, 또 동시에 엄청난 쾌락을 만끽하는 심리다. 할리우드 영화 제목으로 쓰였다면 ‘조커’(사진) 같은 사이코 살인마를 떠올리겠지만, 이 신조어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죄’의 종류들은 대부분 소소하다. 친구들끼리 나누는 SNS 대화, 또는 TV 예능프로그램 자막에선 오히려 반전매력을 위한 가벼운 고해성사로 이용될 때도 잦다. 학창시절 부모님 몰래 만화방 가기, 자율학습 땡땡이치기, 수업시간 야한 잡지 보기 등을 해본 적 있다고 고백하는 건 나쁜 짓을 했다기보다 어른들이 하지 마라니까 일부러 삐딱하게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