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874

맨홀

맨홀 중앙일보 입력 2022.08.16 00:47 이경희 기자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 구독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맨홀(manhole)’은 사람이 드나드는 구멍이다.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력선, 통신망 등 지하 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하기 위해 지상과 수직으로 연결한 통로다. 평소에는 묵직한 맨홀 뚜껑으로 막아둬 보행자나 차량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맨홀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토목 기술자들은 벽돌로 지하 하수도를 만들어 오물을 먼 하류로 흘려보냈다. 오수와 접촉할 일이 사라지니 악취와 함께 전염병 위험도 줄어들었다. 당시에도 하수도에 접근해 청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고, 돌로 맨홀 뚜껑을 만들어 덮었다. 서기 100년경 하수도 기반시설이 완공됐고, 이는 로마가 인구 100..

분수대 2022.08.16

반지하 퇴출

반지하 퇴출 중앙일보 입력 2022.08.15 00:48 최현주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최현주 금융팀 기자 지하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부터다. 당시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로 치닫자 정부는 일반 주택에도 벙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주택 지하층 설치를 의무화했다. 전쟁에 대비해 만든 지하층은 당시 주택난과 맞물려 저렴한 주거공간으로 활용됐다. 1984년 주택 지하층의 지상 노출 높이가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완화되면서 ‘반’지하가 등장했다. 이전 지하보다 채광·환기가 다소 유리했고 궁한 서민들에게 저렴한 안식처 역할을 했다. 반지하에 대한 인식은 물난리 이후 달라졌다. 1990년대 들어 반지하 침수 피해가 도마 위에 올랐고 정부는 ‘반지하 퇴출’에 나섰다. 1998년 서울시는 상습 침수지역 ..

분수대 2022.08.16

블랙 엘리펀트

블랙 엘리펀트 중앙일보 박형수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박형수 국제팀 기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 극작가 버나스 쇼(1856~1950)가 직접 주문·제작했다는 묘비명이다. ‘우물쭈물’은 오역이라 알려졌지만 ‘이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무덤까지 반복했다는 허무하고도 해학적 표현이 공감을 얻어, 그 자체로 새로운 명언이 됐다. 이 문장이 주는 교훈은 ‘알고도 못한 일’에 대한 한탄이다. 생각도 못 한 천재지변을 당하면 황망하고 고통스러울지언정 후회할 건 없다. 하지만 뻔히 알고도 방치하다 스스로 키운 재앙과 맞닥뜨리는 일만큼 뼈아픈 일도 없다. 미래학에선 이런 부류의 재앙을 ‘블랙 엘리펀트’라 부른다. 방안의 커다란 코끼리가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데도, 집주인은 관성대로 ..

분수대 2022.08.16

정치의 사법화

정치의 사법화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00:16 심새롬 기자중앙일보 구독 심새롬 정치팀 기자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는 국가의 주요 정책이 정치 과정이 아닌, 사법 과정에서 결정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대법원과 함께 양대 최고법원 지위를 가진 헌법재판소가 줄곧 그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4년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헌재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가 대표적 예로 꼽힌다. 당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이 문제는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지만, 여야는 끝내 노무현 정부 최대 국정 현안이었었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헌재 심판대에 올려놓았다. 이외에도 이라크 파병(2004)..

분수대 2022.08.12

실력

실력 중앙일보 입력 2022.08.10 00:34 장원석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장원석 S팀 기자 실력. 윤석열 대통령이 유난히 강조하는 키워드다. 취임 전에는 주로 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썼다. 지난해 12월 경제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실력 없는 정부는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다. 지금 정부는 실력 없는 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린 게 대표적이다. 취임 이후엔 주로 인사의 당위성을 옹호하려 썼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선 “각 분야에서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다.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고 말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검찰 편중 인사,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일색 인사란 지적이 쌓여갈 때도 윤 대통령은 ‘일을 ..

분수대 2022.08.10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 지지율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00:27 조현숙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가 없었던 대통령은 누구일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성 추문으로 탄핵 직전까지 갔던 빌 클린턴, 임기 내내 막무가내식 언행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모두 아니다. 1945년부터 53년까지 제33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해리 트루먼이다. 임기 후반 그의 지지율은 22%로 주저앉았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시작한 193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닉슨(24%)과 트럼프 전 대통령(34%)도 이 기록은 깨지 못했다. 트루먼 취임 직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전쟁 후유증은 혹독했다. 물가가 급등했고 실업자가 속출했다. 19..

분수대 2022.08.09

짤 중앙일보 입력 2022.08.08 00:28 전영선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우리는 역사 중간의 아이들. 지구를 탐험하기엔 너무 늦었고, 우주를 탐험하기엔 너무 이르지.” 영어권 인터넷 밈(meme), 그러니까 ‘짤’의 대부분이 유통되는 커뮤니트 사이트 레딧에 8년 전 올라와 유명해진 문장이다. 여기에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쩌는(dank)’ 밈 탐색엔 딱 좋은 시대에 태어났지.” 한국에선 밈보다 ‘짤방’(짤림방지)과 ‘짤’이 먼저 쓰였다. 밈과 짤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으나, 함께 써도 대세에 지장 없다. 짤은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에 글을 올릴 때 사진을 첨부하지 않으면 운영진이 삭제해서 생긴 말이다. 귀여운 동물이나 연예인 사진을 첨부해 짤림을 ..

분수대 2022.08.08

대통령 휴가

대통령 휴가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00:16 위문희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위문희 사회2팀 기자 1942년부터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이었던 ‘캠프 데이비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 휴양지다. 미국은 개인 별장이나 고급 휴양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대통령도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퍼드에 위치한 개인 목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 섬의 고급 맨션을 빌려 여름 휴가를 보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대체로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여름 휴가를 갔다. 대통령 별장은 여러 곳이 있다. 경남 거제 북단의 저도(猪島)는 이승만 대통령이 처음 휴양지로 사용한 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분수대 2022.08.05

고집

고집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0:18 송지훈 기자중앙일보 스포츠팀 차장 구독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고집(固執). 자신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틴다는 의미다. 전국시대 조나라 때 병법서를 맹목적으로 익혀 임기응변을 발휘하지 못 하고 책에 나온 방식대로만 전쟁을 치르다 참패한 장수 조괄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부정적인 뉘앙스를 살리려면 ‘독선(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나 ‘아집(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으로 바꿔 써도 된다. 긍정적인 느낌을 풍기고자 할 때도 ‘고집스럽다’는 표현을 쓴다. ‘뚝심(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하여 내는 힘)’과 비슷한 의미다. 좀 더 고상하게 접근한다면 ‘철학(자..

분수대 2022.08.04

계급배반

계급배반 중앙일보 입력 2022.08.03 00:14 한영익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한영익 정치에디터 1970년대 스웨덴의 복지 체계를 완성시킨 올로프 팔메 총리는 상류층 출신이다. 그가 속한 팔메 가문은 스웨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재력을 자랑했지만, 올로프 팔메는 좌파 정당(사회민주노동당)에서 평생 정치를 했다. 총리 재직 시절 그는 대학등록금 전면 무료화, 연금법 개정 등을 이끌었다. 역대 스웨덴 총리 가운데 가장 급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경제·사회적 계급과 정치사상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주요 좌파 사상가 및 활동가들의 상당수가 중산층 이상의 지식인 출신이었다.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로자 룩셈부르크, 블라디미르 레닌 등이 모두 중상류층 출신이다. 투표에..

분수대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