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874

안건조정위원회

Opinion :분수대 안건조정위원회 중앙일보 입력 2022.09.28 00:21 한영익 기자 한영익 정치에디터 우리 국회법에는 다수당의 입법 폭주에 제동을 거는 조항이 있다. 대표적인 게 안건조정위원회다.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6명의 조정위원이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한다. 핵심은 “다수당에 속한 조정위원의 수와 다수당에 속하지 않은 조정위원 수를 같게 한다”는 조항이다. 토론을 거쳐 가능하면 합의안을 만들어보라는 취지다. 그러나 쟁점법안 심사 때마다 안건조정위는 무용지물이 됐다. 매번 다수당과 뜻을 함께하는 무소속 또는 위성정당 국회의원이 소수당 몫 조정위원 자리를 차지해서다. 6명의 조정위원 가운데 3명을 보유한 다수당은 소수당 몫 조정위원 1명만 포섭하면 안건조정위 ..

분수대 2022.09.28

박물관 외교

Opinion :분수대 박물관 외교 중앙일보 입력 2022.09.27 00:30 지면보기 이경희 기자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 구독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최초의 세계박람회인 만국박람회가 열린다. 모든 국가의 산업품을 전시한다는 취지로 야심 차게 개최한 행사는 600만 명 넘게 관람했다. 당시 영국 인구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영국은 박람회에 출품된 뛰어난 공예품과 디자인 작품을 전시해 대중을 교육하고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겠다는 취지로 1852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뮤지엄을 설립한다. 영국박물관과 함께 런던의 대표적인 박물관으로 꼽히는 V&A에서 지난 24일 ‘한류(HALLYU! THE KOREAN WAVE)’ 특별전이 개막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수십 년 사이에..

분수대 2022.09.27

달러 패권

Opinion :분수대 달러 패권 중앙일보 입력 2022.09.26 00:49 업데이트 2022.09.26 01:2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최현주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최현주 금융팀 기자 ‘달러 패권’의 시작점엔 금이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진행되며 이전까지 거래수단인 금 외에 좀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인기였다. 은행에 금을 맡기면 같은 가치의 화폐로 교환해줬다. 당시 세계 무역을 장악했던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가 기축통화(국제간 금융 거래의 기본 화폐)로 쓰였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영국은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파운드 발행을 늘렸다. 화폐 가치는 떨어졌고 불안해진 사람들은 파운드를 금으로 바꿨다. 영국은 이를 감당할 만큼의 금이 없자 금본위제도(금과 화폐의 일정량을 ..

분수대 2022.09.26

스토킹 범죄

Opinion :분수대 스토킹 범죄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0:26 지면보기 심새롬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심새롬 정치팀 기자 1998년 1월 경기도 광명시의 한 주택가에서 결혼한 지 8개월 된 30대 여성이 손도끼로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범인은 결혼 전 결별한 전 남자친구. 그는 이별 직후 과도로 한 차례 그녀를 찔렀다가 상해죄로 구속됐다. 그러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기어이 범행했다. 스토킹 범죄의 원조로 불리는 ‘광명 살인사건’이다. 과도한 집착→선행(先行) 범죄→살인으로 이어진 정황이 지난 14일 벌어진 신당역 살인사건과 똑같다. 그동안 숱한 스토킹 범죄가 공론화됐다. 그래도 24년째 비극이 반복된다. 여전한 ‘법 사각지대’와 남녀 대결 구도에 갇힌..

분수대 2022.09.26

왕관의 무게

Opinion :분수대 왕관의 무게 중앙일보 입력 2022.09.22 00:34 지면보기 박형수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박형수 국제팀 기자 여왕이 떠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열흘간의 길고도 호화로운 장례 절차를 마치고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에 들었다. 동그란 눈동자, 반짝이는 은빛 머리, 온화한 미소는 이제 지난 기억이 됐다. 여왕의 빈자리는 즉각 장남 찰스 3세 국왕이 채웠다. 하지만 ‘영국’ 하면 저절로 떠오르던 ‘여왕’의 상징성은 텅 빈 채 그대로다. 96세 70년 재위라는 역사적 숫자가 말해주듯, 여왕은 ‘항상 그대로의 존재’였고, 그 한결같음으로 영국을 넘어 영연방을 묶는 구심점이 됐다. 생전 여왕은 “의무가 먼저고 나 자신은 다음”이란 헌신의 자세로 유명했다..

분수대 2022.09.26

악수

Opinion :분수대 악수 중앙일보 입력 2022.09.21 00:22 지면보기 장원석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장원석 S팀 기자 악수는 두 사람이 서로 한 손을 내밀어 잡는 인사다. 옛날 옛적 적에게 무기가 없다는 걸 증명하려 한 게 기원이라고 한다. 매너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해도, 국가나 문화권과 관계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인사법이다. 악수는 많은 얘깃거리를 생산한다. 화제가 된 인물로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이 있다.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머리를 숙이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 ‘꼿꼿장수’란 별명을 얻었다. 2006년 당시 대선 경쟁자였던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이 악수하다가 박 대통령이 소리를 지른 일도 유명하다. 잦은 악수로 손을 다친 상태였는데 “..

분수대 2022.09.26

자이언트 스텝

Opinion :분수대 자이언트 스텝 중앙일보 입력 2022.09.20 00:46 업데이트 2022.09.23 08:36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조현숙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한 달에 두 번꼴로 ‘쉬운 우리말 쓰기’ 자료를 낸다.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를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취지다. 지난달 3일 발표 자료에선 베이비 스텝,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을 바꿔야 할 말로 지목했다. 베이비 스텝은 소폭 조정, 빅 스텝은 대폭 조정, 자이언트 스텝은 광폭 조정으로 각각 고쳐 쓰자고 권했다. 베이비 스텝은 시장이 충격을 덜 받도록 중앙은행이 아기 발걸음(baby steps)처럼 한 번에 0.25%포인트씩만 조금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걸 뜻한다..

분수대 2022.09.26

흑인 인어공주

Opinion :분수대 흑인 인어공주 중앙일보 입력 2022.09.19 00:37 지면보기 전영선 기자중앙일보 팀장 구독 전영선 K엔터팀 팀장 ‘디즈니한테 또 영업 당했네’. 디즈니가 지난 9일 공개한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1분 24초짜리 예고편을 보고 든 생각이다. 디즈니는 이날 개막한 팬 축제 ‘D23 엑스포’에서 내년 5월 개봉할 영화의 한 조각을 보여주었다. 이 짧은 영상은 3년 전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 역에 캐스팅되자 터진 논란을 재점화하는 데 충분했다. 198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빨간 머리에 푸른 눈, 흰 피부를 지니고 있다. 미국 언론은 흑인 에리얼이 등장한 예고편을 본 어린 흑인 소녀들이 “나와 같다”고 감동하는 순간을 공유하는 트렌드..

분수대 2022.09.26

공직선거법

Opinion :분수대 공직선거법 중앙일보 입력 2022.09.16 00:41 업데이트 2022.09.16 00:4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위문희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위문희 사회2팀 기자 공직선거법은 제230조에서 제259조에 이르기까지 총 29개 유형의 부정선거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대선부터 총선, 지방선거 등 모든 공직 선거에 적용되는 통합선거법이다. 1994년 3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정 전까지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등 개별법 형태로 관리됐다. 지난 12일 검찰에 따르면 20대 대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입건된 선거사범 숫자는 총 2001명이었다. 19대 대선(878명)과 비교해 입건 인원이 127.9% 늘어났다. 허위사실공표죄(제25..

분수대 2022.09.26

성남FC

Opinion :분수대 성남FC 중앙일보 입력 2022.09.15 00:43 지면보기 송지훈 기자중앙일보 스포츠팀 차장 구독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소속 성남FC는 최근 들어 스포츠 이외의 영역에서 더욱 자주 언급된다. 지난 2014~16년 당시 구단이 후원금 명목으로 일부 기업에게서 받은 돈이 연고지 성남시의 인·허가 특혜를 염두에 둔 뇌물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사실 관계는 수사기관이 엄정하게 조사해 밝혀내겠지만, 불미스러운 논란이 지속되며 성남FC 관계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해체’ ‘연고이전’ ‘매각’ 등 구단의 존폐와 관련한 흉흉한 이야기가 안팎에서 쏟아지니 선수도 팬들도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성남이 올 시즌 내내 K리그1..

분수대 202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