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한자 71

[유광종의 시사한자] 雀(참새 작) 躍(뛸 약)

동물의 행위 등에 빗대 뭔가를 설명하는 한자 단어는 많다. 낭자(狼藉)도 그 하나다. 늑대(狼)는 대개 조그만 동굴에 보금자리를 튼다. 보통 마른 풀을 밑에 깐(藉) 뒤 생활한다. ‘낭자’는 원래 늑대가 웅크리고 있던, 엉클어진 자리다. 수달(水獺)은 욕심이 많다는 혐의를 받았다. 잡은 물고기를 물가 바위 위에 늘어놓는 버릇이 있어서다. 수달이 제사를 지낸다고 본 사람들은 급기야 獺祭(달제)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뜻은 욕심을 부려 오버하는 사람이나 행위다. 쥐도 사람들의 입에 단골로 등장한다. 이상한 기척을 감지해 냉큼 구멍으로 파고드는 쥐의 행위는 ‘서찬(鼠竄)’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구멍으로 내빼는 쥐의 모습은 포두서찬(抱頭鼠竄)이다. 형편없이 체면을 구기고 도망치는 사람이다. 쥐는 곡식을 비롯해 집..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敗(깨뜨릴 패) 北(달아날 배)

[유광종의 시사한자] 敗(깨뜨릴 패) 北(달아날 배) 다툼에서 남에게 지는 일이다. 무언가를 손에 쥔 뒤 대상을 두드려 망가뜨린다는 뜻의 敗(패), 등을 보이며 쫓기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北(배)의 합성이다. 옛 한자 세계에서는 北(배)와 사람의 등을 가리키는 背(배)는 통용했다. 패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모든 승부에서 지면 전패(全敗), 아예 다툼이라고 얘기하기에도 민망하면 완패(完敗)다. 결과가 끔찍할 정도면 참패(慘敗), 운동경기 등에서 스코어를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무릎을 꿇으면 영패(零敗)다. 열심히 했지만 아깝게 질 경우는 석패(惜敗),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고 말아 울분이 가시지 않은 때는 분패(憤敗)라고 적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우리 국가..

시사한자 2021.07.22

[유광종의 시사한자] 殺(죽일 살) 風(바람 풍) 景(볕 경)

[유광종의 시사한자] 殺(죽일 살) 風(바람 풍) 景(볕 경) 숨을 꽉 막히게 하는 모습이 살풍경(殺風景)이다. 글자 그대로 살기가 느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을 열어 놓고 달리는 자동차, 향긋한 차 한 잔 앞의 폭탄주, 음악 연주회에서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등이 그 예에 해당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당(唐)대의 유미파(唯美派)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본격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나온다. 그는 《잡찬(雜纂)》이라는 책에서 여섯 가지의 살풍경을 들었다. 우선은 ‘흐르는 맑은 물에 발 씻기’다. 청류(淸流)의 맑고 깨끗한 풍취가 오탁(汚濁)의 발 씻기 앞에 무너지고 있다. 다음은 ‘화사한 꽃 위에 바지 올려놓고 말리기’다.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에 일상의 범속함이 끼어들어 정취가 망가지고 있다. ..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時(때 시) 務(힘쓸 무)

[유광종의 시사한자] 時(때 시) 務(힘쓸 무) 때에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과거 농경을 근간으로 삼았던 왕조시절에는 시령(時令)이 있었다. 농사에서 때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정령(政令)의 형태로 적은 내용이다. 월령(月令)이라고도 적었다. ‘때’라는 조건이 만들어 놓은 상황을 우리는 시세(時勢)라고 적는다. 그 모습이 좀 더 구체적일 때는 시국(時局)으로도 부른다. 그런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반드시 힘을 써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시무(時務)다. 형주(荊州)의 유표(劉表) 밑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유비(劉備)가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찾아 나섰던 ‘컨설턴트’가 있다. 사마휘(司馬徽)다. 그는 제갈량(諸葛亮)을 유비에게 천거하면서 “때에 맞춰 힘써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이 천하의 준걸..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표현이 있다. 상당수는 ‘뜨거운 한여름의 끓는 듯한 더위’로 푸는 경우가 있다. 글자 뜻만 보고 생각해서다. 사실은 그 반대다. 아주 무더웠던 여름의 날씨가 다음 차례의 가을 기운에 자리를 내주는 때를 말한다. 중국의 오랜 옛 시가 모음집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여름이 끝나고 닥치는 가을의 초입인 음력 7월에 더위를 상징했던 별인 화성(火星)이 서쪽으로 흘러 자리를 비키는 때를 말하면서다. 한여름의 펄펄 끓는 더위로 이 말을 풀었다가 “무식하다”는 핀잔을 받는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流火(류화)라는 단어는 유성(流星)과 동의어로 쓰일 때도 있으나 원래는 이렇게 뜨거웠던 여름의 더위가 자리를 비켜 곧 가을이 오는 무렵을 ..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蕭(맑은대쑥 소) 瑟(큰 거문고 슬)

[유광종의 시사한자] 蕭(맑은대쑥 소) 瑟(큰 거문고 슬) 혹심했던 더위가 지난 다음에 부는 바람을 이 단어로 적을 때가 많다. 그 ‘소슬바람’은 본래 가을 들어 앙상해지는 나뭇가지에 바람이 닿아 나는 소리의 형용이다. 메마른 가지와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는 ‘서걱서걱’ 소리의 의성(擬聲)이다. 蕭(소)는 원래 쑥의 일종이다. 다른 쑥에 비해 뒷면에 자라는 수염이 적어 맑은 모습을 지닌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자를 ‘쓸쓸함’으로 풀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蕭(소)는 사물의 무성한 기운이 줄어든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로 쓴다. 다음 글자 瑟(슬)은 본래 거문고나 비파 등 현악기다. 그 악기의 줄을 켤 때 나는 소리도 표현한다. 서걱거리는 소리다. 글자 둘을 그대로 연결하면 瑟瑟(슬슬), 우리말 ‘쓸쓸하..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秋(가을 추)

[유광종의 시사한자] 秋(가을 추) 가을 무렵이면 바람도 메마르다. 물기가 크게 줄어든 대기의 흐름이 나뭇가지를 흔들 때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 지난주 소개한 대로 ‘슬슬(瑟瑟)’한 분위기가 번지다가 끝내 ‘쓸쓸’해지고 만다. 땅에 내린 식생의 씨앗이 움을 틔워 무더운 여름에 자랐다가 수확의 낫질을 거쳐 창고로 옮겨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 한자는 秋(추)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가름에 따라 네 계절에 색깔과 방위(方位)의 관념을 덧댔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은 청춘(靑春), 여름은 더워 주하(朱夏), 가을은 서늘하다고 해서 소추(素秋), 겨울은 어둡고 춥다는 점에서 현동(玄冬)이다. 방위로는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순서다. 푸르고(靑) 붉고(朱) 희고(素) 검은(玄) 색이 각각 네..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鄭(나라 정) 人(사람 인) 買(살 매) 履(신 리)

[유광종의 시사한자] 鄭(나라 정) 人(사람 인) 買(살 매) 履(신 리) 배경은 중국 춘추시대 정(鄭)나라다. 한 사람이 신발을 사러 집을 나섰다. 출행에 앞서 그는 끈으로 자신의 발을 쟀다. 시장에서 제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였다. 장에 도착해 신발 파는 사람을 찾았으나 그는 발을 쟀던 노끈이 집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바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급히 끈을 찾아 시장으로 다시 향했다. 하지만 신발을 팔던 상인은 이미 철시했다. 난감한 표정으로 저잣거리에 서 있던 그에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사람들 중 하나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끈으로 잴 필요가 뭐 있어? 당신 발로 직접 신발을 신어 보면 그만이지.” 《한비자(韓非子)》에 실렸던 이 우화의 내용은 鄭人買..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管(피리 관) 轄(비녀장 할)

[유광종의 시사한자] 管(피리 관) 轄(비녀장 할) 행정 영역에서 곧잘 쓰는 말이다. 내가 간여할 부분,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말이다. 管轄(관할)의 두 글자는 서로 반대의 뜻을 지녔다. 우선 앞의 글자는 일종의 대롱을 가리킨다. 가운데가 비어 소리를 울리는 관악기(管樂器), 커피숍의 빨대 등을 떠올리면 좋다. 그러나 원래의 글자 의미 중 하나는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다. 왕조시대에 장관(掌管)이라는 직무가 있었다. 문을 열고 닫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있던 시절 막대기(管)로 그를 푸는 직업에 종사했던 벼슬이다. 요즘 말로 풀면 수문장(守門將)이다. 옛날 수레에도 바퀴가 달렸다. 차축(車軸)의 양쪽에 바퀴를 걸어야 수레가 움직인다. 바퀴에 차축을 고정시키는 데에는..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凋(시들 조) 落(떨어질 락)

[유광종의 시사한자] 凋(시들 조) 落(떨어질 락) 가을에는 많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식생이 옷을 벗는 계절이라서 그 느낌이 짙어진다. 그래서 가을을 조락(凋落)과 영락(零落)의 계절이라고 적는다. 두 단어 모두 떨어진다는 뜻의 落(락)이라는 글자를 달고 있다. 조락(凋落)은 우선 가을의 식생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凋(조)는 무엇인가에 의해 몸을 다치는(傷) 일이다. 특히 차가운 기운에 다치는 뜻을 품었다. 따라서 이 단어는 가을 또는 겨울의 차가운 대기에 잎사귀 등을 떨어뜨리는 식물에 잘 맞는 표현이다. “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든든함을 알겠노라(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라는 《논어(論語)》의 문장이 다 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물이 시드는 모습은 직접 조사(凋謝)라고도 적는다. 뒤의 ..

시사한자 2021.07.21